[정라곤의 아침평론] 대구동구의회 의장불신임, 급히 먹으려다 체한 꼴
[정라곤의 아침평론] 대구동구의회 의장불신임, 급히 먹으려다 체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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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컫는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년이 가까워오지만 그 취지인 생활현장에서의 주민편의와 복리증진을 구현하는 일은 아직도 멀었다. 지방자치단체 중 집행부는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어 법치민주주의에 따라 수행하고 있으니 별 문제가 없지만 의원수가 적거나 정당 입김이 강한 지방의회일수록 주민보다는 소속 정당의 방침이나 의원 개별적 선호에 따라 의회 운영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다운 풀뿌리민주주의가 아직도 요원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특히 기초자치단체에서 나타나는 정당추천제의 역작용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자치 중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중앙정치가 여야 싸움으로 인해 그 당위적 논의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기초의회에서도 정당 간 다툼은 다반사인데, 주민복리와 주민편의를 위해 힘써야 할 기초의회에서 정당에 옭매여 그 수족이 되고 심지어 중앙정당 내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의사에 따라 지방의회 운영이 파란을 겪고 있다. 기초의회마저 중앙정치를 답습하고 정당이 다른 상대의원들과의 갈등 유발 등 지방자치에서 지극히 우려되는 현상이다.

중앙에서 여야가 조국사태에 매달려 있는 사이 며칠 전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 특이한 일이 발생했던바, 대구동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장이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작전(?)에 휘말려 불신임 의결되는 사상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TK지역 중 어느 지역 한곳 의장이 해임됐다는 단순사실보다는 보기에 따라서는 민주당이 TK지역에서 공을 들이고, 정략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거증이 되기도 하는데, 한국당이 일격을 당했다고나 할까.

대구광역시 동구의회는 지난해 지방선거 후 한국당 8명, 민주당 7명, 바른미래당 1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그 후 올 8월에 한국당 의원 2명이 선거법 위반에 따른 자격상실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고, 보수야당 성향이 짙은 바른미래당의 소속 의원 1명이 민주당에 합세했으니 동구의회 세력의 축에서 한국당이 수세에 몰렸던 것이다. 그나마 의회의장이 한국당 출신이어서 턱없이 걸어오는 민주당의 공세형 태클을 조절하면서 주민편의와 복리증진이라는 지방의회가 해야 할 본분을 챙겼다고는 하지만 끝내 다수당의 고사(?)작전에 걸려들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55조(의장불신임의 의결) 제1항에서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다수당 쪽에서 적당한 구실을 붙여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면 불신임 받은 의장이나 부의장은 그 직에서 해임된다. 그러니 다수파에서 불신임사유야 만들면 되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중앙정치를 닮아서인지 우격다짐이요,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기는 후진 의정에서는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가 아니던가.

대구동구의회 의장 불신임은 다수당이 된 민주당 소속 7명 의원과 이에 동조한 바른미래당 1명이 찬성해 통과됐지만 문제는 해임된 의장이 그대로 받아들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발의 하루 만에 기습 통과시킨 것이라 상임위원회의 사전 심사를 받지 않는 등 절차적 흠이 있는데다가 사유로 든 다섯 가지가 억지춘양(?)으로 만들어 냈다는 반론이 크다. 불신임 결의는 의장의 권한을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 적격성 문제에서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대법원판례(대법원 1994.10.11.자 94두23 결정)에서는 ‘…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는 등의 절차적 하자가 있을 경우 위법하여 취소의 대상이 됨은 당연하다’는 판례가 이미 나온 상태다.

절차적 위법성과 함께 불신임 사유가 지방자치법에서 들고 있는 법령위반인지, 정당한 사유없이 직무를 수행한 것인지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는 바, 동구의회의 불신임 사유중 하나로 든 ‘의장이 상임위원장 직무대리자에게 지시해 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유도 의회 위원회운영조례와 행정안전부 질의답변에 의해 적법·정당함이 확인됐으니 이처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이 합세해 의결했던 불신임사유가 부존재(不存在)의 논란이 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일 불신임 의결로 의장직에서 해임된 그 당사자는 4일 동구청 광장에서 자신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일이 전혀 없다”는 내용으로 성명을 낸즉, 직무를 빌미로 삼은 대구동구의회 의장불신임 건은 지방자치 실시 이후 사상 초유의 일이라서 TK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의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이제 법원의 몫이 됐다. 지방의회 의장 불신임안 의결은 절차와 내용적으로 위법성이 없어야함에도 다수세력의 힘을 앞세워 잿밥을 챙기려 얼렁뚱땅 해치우려했다면 급히 먹으려다가 체한 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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