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올해 수능 시험은 11월 14일이다. 수능을 앞두고 서울시 교육청 교사들이 ‘수능시험 감독교사용 의자를 배치하라’는 교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극한 고통의 수능감독교사를 하고 싶지 않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의무적으로 차출되는 실정에서 감독교사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다. 교육청은 수능감독관이 곤란한 교사는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학교장은 진단서를 통해 사유를 확인하고, ‘학교장 의견서’에 학교장 사인을 날인하여 파일로 교육청에 제출토록 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어디에도 수능감독관이 교사의 업무라고 명시된 사항이 없음에도 교사 개인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하고 강제로 차출하고 있다.

지난해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전국 중등교사 5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능 감독을 기피하는 이유 1순위로 73%가 과도한 심리적, 체력적 부담을 꼽았다. 13만원인 수능시험 감독수당이 적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비율은 28%에 불과할 정도로 수능감독교사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 또 개선할 사항 1순위로 67%가 수능감독용 의자 배치를 꼽았다.

수능시험은 중‧고등학교 시험 시간인 50분 정도의 시험 감독을 하는 것이 아니다. 1교시 국어는 80분, 2교시 수학은 100분, 3교시 영어는 70분, 4교시 선택과목은 한국사 30분과 탐구(사회/과학/직업탐구)는 과목당 30분, 5교시 제2외국어/한문은 과목당 40분으로 순수한 시험 시간만 최소 70분에서 최대 120분이나 된다. 매 시험 중간에 있는 쉬는 시간 20분은 전 교시 시험답안지 검수와 다음 교시 시험지, 답안지, 수험표 등을 수령하는데 쓰면 화장실마저 급하게 다녀와야 한다. 시험지나 답안지에 문제가 생기면 화장실마저 갈 수 없다. 감독은 시험시작 10분 전 교실에 입실해야 하니 실제 감독시간은 20~30분씩 더 늘어난다. 1,2교시 연달아 감독하는 교사는 180분+α를 서서 감독하고 3,4교시 연달아 감독하는 교사는 160분+α를 서서 감독한다. 사실상 40~50대 교사의 체력으로 감당하기는 버거운 시간이고 초인적인 체력을 요구한다.

수능 감독은 정감독, 부감독 2인 1개조로 배치된다. 정감독은 교탁이란 지정된 위치가 있지만 부감독은 정해진 위치가 없어 교실 뒤에 서서 감독을 한다. 부감독이 특정한 수험생 옆에 오래 서 있으면 신경 쓰여 시험을 못 보겠다고 항의하고, 움직이면 발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항의하는 통에 시험시간 내내 숨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한다. 수능감독용 키 높이 의자를 배치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이 가능함에도 교육부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교사들이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수험생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험을 감독 하는 것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해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다. 진단서를 내 시험감독에서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다리가 불편하거나 체력이 약한 교사에게 수능감독은 고문과 마찬가지다. 수능감독을 하다 감독관이 쓰러져 다른 감독관으로 교체되는 경우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교사로서 사명감과 자신이 가르친 제자의 상급학교 진학 시험이란 마음에 사명감을 갖고 감독에 임하지만 너무나 열악한 감독환경은 사명감 하나로만 버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수능시험 감독에 차출된 교사는 수능 시험 하루 전 예비소집에 참가해 수능 감독시 주의사항을 교육받는다. 학교에서 절반 넘는 교사가 감독교사에 차출되니 예비소집일은 단축수업을 하고 수능일은 휴교를 해야 된다. 교육과정의 파행을 불러오며 꼭 교사만 시험감독으로 차출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과거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개표에 교사들을 차출했다가 공무원으로 바뀌어도 아무 문제없는 사례를 되새겨봐야 한다.

우선 4~5교시 시험 중 2개 과목, 최대 3시간 정도만 감독하도록 시험감독을 늘려 부담을 줄여야 한다. 감독을 교사에 국한하지 말고 대학교원, 공무원, 퇴직교원 등을 활용하는 방안과 수능감독수당을 대폭 인상하고 희망하는 교사를 우선 배정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수능응시인원이 감소하는 추세에 맞춰 한 교실에 4×7로 배치하던 수험생 숫자를 4×5정도로 배치해 교실 뒤편의 공간에서 부감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감독관의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고 수험생들의 민원도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