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12회 스파스카야 타워 세계 군악 축제'가 열려 공연을 마친 북한 군악대가 인공기를 펼쳐 들고 행진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12회 스파스카야 타워 세계 군악 축제'가 열려 공연을 마친 북한 군악대가 인공기를 펼쳐 들고 행진하고 있다.

“남조선 집권자, 비굴한 추태”

전문가 “文, 미국 설득 못해”

“북미 후속협상 쉽지 않을 듯”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로 북미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매체가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미국산 무기구매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등 대남 압박수위를 높였다. 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북남합의에 대한 용납 못 할 배신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을 겨냥해 “얼마 전 미국을 행각한(방문한) 남조선 집권자가 미국산 무기구매를 강박하는 상전의 요구를 받아 무는 비굴한 추태를 부렸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상전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동족을 겨냥한 침략 무기들을 대대적으로 구입하려 한다”면서 “남조선 당국의 무분별한 처사는 북남합의에 대한 용납 못 할 반민족적 배신행위”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미국산 무기구입 책동으로 초래될 것은 북남관계의 파탄과 조선반도 정세 악화이며,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파멸뿐임을 알아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당해 매체는 ‘언행이 다르면 배척을 받기 마련’ 기사에서도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밝힌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을 언급하면서 “조선반도 평화를 유린해온 저들의 범죄적 정체를 가리고 민족분열의 비극적 산물인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를 국제화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남조선당국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저들이 마치 조선반도 평화를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떠들어 대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지 행동들은 매일같이 입에 올리는 평화 언사와는 너무도 상반된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수치스러운 외세추종 정책의 산물’이란 정세론 해설에서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를 놓고는 “방위비분담금의 증액은 곧 전쟁 비용의 증액으로서 상전과 함께 우리와 군사적으로 대결하려는 위험한 기도”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운운하는 남조선과의 동맹이란 저들의 이익 실현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남조선당국은 수치스러운 친미굴종정책, 어리석고 무분별한 군사적 대결 야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간의 대남 비난과 달리, 이번 논평은 북미 실무협상 결렬 직후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발언 수위가 높긴 했지만, 나올 수 있는 발언들이었다”면서 “이번 실무협상 결렬과 관련해 북한은 문 대통령이 지난 유엔총회에서 미국에 무기를 사주겠다는 등 비위를 맞췄음에도 미국을 적극 설득하지 못했다고 떼쓰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양보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설득해 달라는 대남 압박 메시지를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미 후속협상이 언제 재개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을 내놨다. 김 교수는 “북한과는 달리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탄핵 국면이다. 전체 뉴스의 90%가 도배되고 있다”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북미협상이 지금 당장 급한 사안은 아니다. 이런 국면이 가라앉아야 북미 양측이 만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엔총회 14번째 기조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1시 5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25일 새벽 2시 50분) “미국과 함께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북한도 남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대화 기간 동안이라도 상호 간 적대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UN영상 캡처) 2019.9.25
유엔총회 14번째 기조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1시 5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25일 새벽 2시 50분) “미국과 함께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북한도 남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대화 기간 동안이라도 상호 간 적대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UN영상 캡처) 2019.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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