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철현 비오 신부. (출처: 뉴시스)
고(故) 조철현 비오 신부. (출처: 뉴시스)

전두환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조 신부와 헬기사격 목격 신도

법정서 헬기사격 구체적 증언

[천지일보=홍수영·이미애 기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故)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평신도의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진행됐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에 대해 부정하면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6번째 증인신문이 이뤄진 이날 재판엔 천주교 신도인 이광중(72)씨와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65)씨, 5.18 민주화운동 마지막 날까지 전남도청에 있었던 김인환(60)씨 등 3명이 출석했다.

이씨는 당시 사도회 총무로 일하며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이후 광주 호남동 성당에서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날 6~7명의 신부님들이 성당에 모였다가 나가셨고 조 신부님은 낮 12시 넘어서 오셨다”며 “제가 플래카드를 써서 글씨가 말랐는지 보고 있는데 갑자기 ‘탕탕탕탕’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조 신부님이 ‘보스코 총무, 이리 와보소’라고 해서 정문 쪽으로 가니 불로동 다리상공에서 공원을 향해 헬기가 있었다”며 “공원 하천에서 ‘탕탕탕탕’(소리가) 2번 나면서 불빛이 번쩍했다”고 설명했다.

조 신부는 1989년 방송에 출연해 처음으로 “5월 21일 오후 1시 30분에서 2시 사이 불로교 상공 170m 지점에서 사직공원을 향해 떠 있는 헬기를 봤다. 지축을 울리고 동시애 불이 픽 나갔다”고 헬기 사격을 증언했다. 이어 같은 해 국회 광주 진상조사특위, 1995년 검찰 조사 등에서 헬기 사격 목격을 진술했다. 다만 같이 목격했던 사람을 밝힌 적이 없었다.

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5·18 당시 고(故)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한 이광중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5·18 당시 고(故)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한 이광중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삼촌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성당에서 평신도와 함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신부님께서 나를 보호하려 한 것 같다. 5.18 당시 집사람이 서울에서 첫 아이를 출산하게 돼 내가 가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오해와 상철르 받아 5.18를 잊고 싶다고 했었다”고 밝혔다.

박씨와 김씨도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 인근에서 헬기 사격을 봤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27일 새벽 4~5시 도청 앞에서 전일빌딩을 향해 헬기가 사격했다. 헬기는 전일빌딩과 비슷한 높이에 있었고 드르르륵 소리가 나고 불빛이 보였다”며 “헬기 사격 후 5~10분이 지나고 공수부대가 도청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전남대 학생으로, 총기 회수 업무를 담당했던 김씨는 “당일 새벽 4시쯤 군일이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유리창이 다 깨졌고 헬기에서도 총을 쐈다”며 어느 총인지는 모르지만 친구가 총을 맞고 쓰려졌다. 항복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우리를 향해 총을 쐈다“고 설명했다.

전씨 측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기간 중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신부 측 김정호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탄흔감정결과 보고서와 그간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1심 선고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다음 공판은 내달 11일 오후 2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또 다른 5명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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