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출처: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출처: 연합뉴스)

모방 범죄로 판결 난 8차 사건도 포함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경찰이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이춘재(56)씨가 화성연쇄살인 사건 외에 추가로 5건을 자백하고, 다른 범인이 붙잡혀 형기를 마친 사건까지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경찰이 혼란에 빠졌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경기 화성지역과 수원, 충북 청주 등 자신이 살던 곳 부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5건을 두고 “모두 내가 저지른 일”이라고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다른 범인이 붙잡힌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씨가 거짓 진술을 했거나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확한 사건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씨가 자백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은 1988년 9월 ‘화성군 태안읍 사건’이다. 사건 당시 박모(당시 13세)양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인으로 박양 오빠의 친구인 농기계 수리공 윤모(당시 22세)씨를 지목했다. 이유인 즉슨 박양에게서 발견된 체모에서 티타늄 성분이 검출 돼 이 점을 착안해 해당 중금속을 다루는 생산업체 종업원들의 체모를 분석했더니 윤씨에게서 같은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후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출처: 연합뉴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그는 2003년 5월 한 언론과의 옥중 인터뷰중 “피해자 오빠와 친구 사이였을 뿐 범행은 하지 않았다”, “자백하지 않았으면 내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2010년 윤씨는 가석방 출소했다.

1991년 1월 ‘청주 여공 살인 사건’도 경찰이 범인을 잡았지만 재판 중 무죄로 선고됐다. 당시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박모(당시 19세)씨가 “피해자 박모(당시 17세)양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며 경찰이 그를 검찰로 넘겼다. 하지만 박씨는 1·2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이 제출한 박씨의 자백 음성은 증거로써 채택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이씨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사건 중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해 수사 과정 중 용의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다. 1988년 수원 화서역에서 일어난 여고생 김모(당시 18세)양 살인 사건에서 경찰은 당시 유력 용의자로 명모(당시 16세)군을 붙잡아 조사했다. 현장 검증 과정 중에 도주하려던 명군은 경찰에게 폭행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이후 사망했다. 당시 이 과정에 연루된 경찰관 3명은 폭행 치사 혐의 및 독직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이씨의 자백이 거짓일 가능성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범행을 부풀려 허세를 부리면서 경찰 수사에 혼란을 주려는 것 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냈다. 또한 이씨의 진술의 구체성과 신빙성을 철저하게 따져서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분간 경찰은 이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작업에 몰두 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 수원=최빛나 인턴기자]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9
[천지일보 수원=최빛나 인턴기자]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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