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 동의대 외래교수

ⓒ천지일보 2019.10.7

광장의 정치, 거리의 정치는 한편으로는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와 행동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직접 광장에 나서는 상황이 항상 바람직한 정치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민의에 의해 선출되고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와 의회는 민의를 받들어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그러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기에 시민이 직접 거리로 나서고 광장에 모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나라에서 광장 정치는 정치권의 무능과 직무유기로 발생하는 소모적이고 후진적인 현상이다.

특히 거리와 광장이 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 반목과 질시의 장이 되어 충돌과 분열, 세 대결의 공간으로 전락하게 되면 정치의 퇴보는 물론 소모적 국론 분열과 공동체의 몰락을 초래할 위험까지 있다. 그래서 광장과 거리의 정치를 무조건 민주주의의 승리 또는 민주주의의 발전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정치권, 특히 민의를 반영해야 할 대의기관인 국회의원, 그리고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정부는 이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광장의 목소리가 자신들과 정치적 코드가 맞거나 또는 틀리거나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익사회라 불리는 근대사회에서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혹은 집단과 집단 간의 계약과 이해관계의 충돌을 방지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정치의 본령이다.

그런데 현 상황은 정치가 오히려 양극단의 갈등과 충돌을 조정하기보다는 더욱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극한 대립으로 제로섬zero-sum이나 치킨게임 방식을 통한 정쟁은 대화와 타협, 협상과 조정을 통한 합리적 결정을 가져올 수 없다.

누구의 탓이나 잘잘못을 떠나 ‘정치의 실종’은 결국 민생의 파탄과 공동체의 몰락을 자초하고, 국민만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최소 약자인 피지배 서민 계층이 훨씬 더 많은 고통과 피해를 안게 된다는 서글픈 사실이다.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집권 여당, 그리고 이에 맞서고 있는 야권은 이점 명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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