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대통령도 되겠다”는 일성이 아직도 필자의 귓전에 생생하다. 나아가 소통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취임 첫 날부터 밥그릇 들고 커피잔 들고 직원들과 대화 제스처를 국민들에게 보이고 인식시키려 애쓰던 모습이 국민들 마음의 눈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을 것이다.

당시 어느 야당 지도자의 ‘쇼’라는 비아냥 소리가 약간은 귀에 거슬렸으나, 결과적으로 사실이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양의 탈을 쓰고 속이고 거짓말하는 야비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 참으로 서글픈 사연이며, 무엇보다 백성들이 불쌍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 그만 국민 분열을 멈추라. 대통령의 나라가 아니며 오직 백성들의 나라며, 백성이 주인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그 누구도 이 난국을 해결하지 못한다. 국민을 두 동강 낸 그가 다시 하나로 봉합해야 한다. 여기서 ‘그’는 바로 대통령 자신이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승객과 싸운다는 게 말이 되는가.

통치는 이치와 순리로 임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합니다”는 대통령의 변, 지지난 주 토요일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시위에 수많은 군중이 참여했고, 이를 확인한 문대통령의 발언이다. “검찰개혁에 국민의 여론이 높으니 검찰개혁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준엄한 명령이었고 확고한 의지에 찬 지시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개천절 광화문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거리를 가득 메웠고, 그들의 외침은 하나같이 ‘조국사퇴’였다. 하지만 청와대 담장 안 그 누구의 입에서도 대답도 반응도 없이 그저 메아리만 돌아왔다. 그야말로 편파와 진영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더 숫자가 많고 적고를 떠나 국민들의 바람이고 호소였다. 1인 시위 즉, 한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게 민주주의다. 하물며 ‘조국사퇴’를 외친 시민들 중에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건 아니다싶어 아기 데리고 나왔다, 한 사람의 힘이라도 더해드리고 싶어 참여했다”는 그야말로 민초의 순수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긴 광장의 목소리였다.

물론 많은 인파가 몰리다보니 게 중에는 불미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인 것은 분명하다. 이는 대한민국 대통령 스스로 진영논리를 부추기고 앞장서 국민을 두 동강 내는 당사자임을 스스로 보여 준 안타깝고 기가 막힌 예가 됐으며, 취임 시 선포한 그 맹세는 거짓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결정적 단서가 되고 말았다.

매일같이 거리로 쏟아지는 백성들, 안보와 경제가 어렵고, 천재지변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대통령은 국민 통합으로 난국을 헤쳐 나갈 의지는 찾아 볼 수 없고, 오직 국민 분열의 화신인양 매일같이 분열적 발언만 이어지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총리는 돼지 열병 사고 현장에, 또 태풍피해 재난의 현장을 오가며 온통 나라 걱정일 때, 대통령은 왜 가는 곳마다 분열의 씨가 되는 발언과 현장을 좋아하는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해방 후 친탁과 반탁의 망령이 되살아나 발악을 하고 있다. 

검찰개혁은 민주당, 조국사퇴는 한국당, 이 말은 패거리들이나 좋아하는 논리일 뿐, 순수한 국민들의 생각도 논리도 아니다. 백성다운 백성은 검찰개혁도 필요하고 조국사퇴도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이다. 진영논리를 부추겨 통치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쫓아 진영논리에 갇힌 국민이라면 이 나라의 참 국민이 아니다. 그들은 모리배들을 따르는 그저 패거리일 뿐이다. 또 여당은 거짓말 하지 말라. 참으로 검찰개혁을 말하는가. 아니다. 조국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 아닌가. 왜 국민을 선동하는가.

진영논리에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 무슨 변을 당해야만 정신을 차리겠는가. 진영논리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은 대학생들의 생각이다. 그들은 지금 조국사퇴만이 답이라고 하며, 그 목소리는 숨죽이고 사는 민초들의 생각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은 그야말로 정의의 편에 서야 하지 정권 재창출에 눈이 멀어 정의를 내팽개치는 비겁한 난봉꾼으로 전락하지 말라. 야당 또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라. 그리고 실력을 갖추고 논리로 권력과 싸우라. 그리고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마음을 가다듬고 망국의 길에서 돌이켜 국민 대통합의 방안을 마련하라.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 모두가 유념할 가치임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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