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미국서 살다 온 한 어머니의 눈물
[이재준 문화칼럼] 미국서 살다 온 한 어머니의 눈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국악의 고장 충북 영동으로 가을 역사답사를 다녀왔다. 

한 여성단체의 초정으로 역사특강을 부탁 받았는데 영동을 잘 아는 처지라 내 자신이 적극적으로 주선한 것처럼 됐다. 와인터널, 와인코리아, 국악박물관, 신라 대가람 심묘사지(深妙寺址)가 있는 황간면 원촌리도 답사했다.

심묘사지는 달마저 쉬고 간다는 영동팔경의 하나인 월유봉(月留峰)을 바라보고 있다. 경치가 너무 좋아 지금도 비경으로 관광객들에게 회자되는 곳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귀국한 초로의 교포 여성 한 분이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고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단정한 미모의 이 여성분은 소녀 같은 심경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대한민국인데….’ 이분은 버스에서 인사말을 통해 한국에 살면서 미국에서의 생활처럼 식당에 나가 접시를 닦는다고 했다. 가장 큰 즐거움은 아들, 손자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갑자기 숨이 막히고 더는 살 것 같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마구 흘렸다. 왜 이런 격한 감정을 토로한 것이었을까. 

자신을 낳아 준 대한민국, 천리 타향에서 그토록 그리워했던 고향, 매일 매일 잘되기를 기도한 조국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정의, 진실이 무너지고 갈등과 분쟁, 저주와 선동이 넘치는 나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분하고 원통하다고 했다. 마구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한 것은 비단 이 여성분만이 아닐 게다.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와 한 일은 검찰에 대한 압박으로 더욱 갈등을 야기 시킨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행해서도 엄정한 법의 잣대를 대야한다’고 당부한 것이 얼마 안 된다. 

집권여당은 자당의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적으로 판단하고 이제 축출을 위한 모의를 시작하고 있다. 도대체 이것이 민주국가 집권당의 올바른 처신인가. 여당의 친위조직은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총장을 겁박하고 있다. 십만여명을 2백만이라고 침소봉대하는 데는 일말의 양심도 없다. 

이런 와중에 국민을 통합하고 정도에 설 대통령마저 연일 감찰을 겁박하고 있다. 말로는 검찰 개혁이라고 하지만 내편에 대한 보호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옛 같으면 사간원이 나서 대통령의 행태를 신랄하게 공격할 상황이 아닌가.

고사를 한번 음미해보자. 선조 임금에게 직언 잘하기고 유명했던 율곡 이이(栗谷 李珥)가 34세에 승문원에서 사가독서 할 때 저술한 것이 유명한 ‘동호문답(東湖問答)’이다. ‘군신이 서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논의(論君臣相得之難)’에서 율곡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나쁜 임금은 폭군(暴君), 혼군(昏君), 용군(庸君) 세 종류가 있다. 욕심이 마음을 흔들고 숱한 유혹이 밖에서 침입하며, 백성의 힘을 다해 자신을 봉양하고 충언을 배척하여 자기만이 성스러운 체 하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는 자가 폭군이다. 정치를 잘하려는 마음은 있으나, 간사한 자를 분별하는 지혜가 없어 일마다 실패하고 어지러워지는 자가 혼군이다. 나약하여 분명히 지향하는 바가 없고, 과단성이 부족해 만사를 방치하는 것이 용군이다.” 

선조는 이글을 읽고 인재를 늦게 알았다 후회하며 율곡을 요직에 등용한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은 ‘폭군’ 인가, ‘혼군’인가, ‘용군’인가. 분노와 울음으로 보내는 국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을 한낱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적폐나 보수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가. 대한민국이 서서히 시들어 간다는 교민들의 고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