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8월 15일 비와서 부도났잖아…

다 주머니 털어서 헌금해야”

난데 없는 헌금요구에 빈축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할렐루야! 오늘 행사 중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헌금하는 시간입니다…. 지난 8월 15일에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내가 부도가 났잖아. 자 여기 계신 여러분 다 주머니를 털어서 하나님의 영광과 갈음하여 주시옵소서!”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대회’의 총괄대표를 맡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행사 시작 시간이 되자 참석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헌금’을 요구하며 갑자기 기도를 시작했다. 난데없는 헌금 요구에 지나던 시민은 물론, 일부 참석자들은 욕설까지 내뱉으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민 사이에선 “무슨 헌금이냐!”라는 외침도 들려왔다. 하지만 전 목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를 계속 이어나갔다.

이뿐 만이 아니었다. 스태프라는 글이 적혀진 파란색 조끼를 입은 행사 관계자는 정사각형 모양의 헌금함을 들고 참석자들 사이를 계속 돌아다녔다. 헌금함에는 ‘본 헌금은 전광훈 목사님의 모든 사역을 위해 드려지며, 헌금의 처분 권한을 전 목사님께 모두 위임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전 목사가 행사에서 헌금을 걷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오프라인 사이에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s*****)는 “목사가 집회 나온 교인을 상대로 주일도 아닌 정신 없는 와중에 헌금을 받고, 개인 사역활동비로 쓸 거라고 한 걸 보고 너무 놀랐다. 목사로 위장한 장사꾼”이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이용자도 “면직된 목사가 개인 마음대로 쓴다고 하는데 기쁜 마음으로 헌금을 내는 시트콤 같은 풍경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지난 3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대회’에서 등장한 헌금함. (출처:페이스북 캡처)
지난 3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대회’에서 등장한 헌금함. (출처:페이스북 캡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내 대표적 권력 집단인 정치, 경제, 언론, 사법 권력의 밑바닥에서 이들을 끈끈하게 연결시켜 주는 것이 종교 권력”이라며 “초대형 교회가 권력자들의 인맥 형성 장을 넘어 거액의 정치자금 세탁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김**)는 “종교집회였던 어제의 솔직한 본질. 비즈니스”란 글을 올리며 전 목사를 꼬집었다.

급기야 전 목사가 같은 편(?)이라 언급했던 자유한국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행사 다음날인 4일 YTN의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어제 집회는 한국당이 주최한 그룹이 있었고, 종교연합회, 기독교, 불교 천주교, 애국당 등 4개 그룹이 서울역에서 광화문까지 구간 구간을 맡아서 거기 참석하지 않으면 모른다”면서도 “언론을 통해 (전 목사가 헌금을 요구한 것을) 알았는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 집회가 왜 그렇게 300만, 400만, 500만이라고 추정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냐면, 어제는 시민연합 하나의 집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서 등장해 논란이 인 헌금함은 청와대 앞에 설치된 문 대통령 하야 촉구 한기총 단식농성장 앞에도 설치돼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일각에선 전 목사가 직접 모금한 이 ‘헌금’이 결국 전 목사 개인의 정치적 자금으로 쓰이는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러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전 목사는 지난 5월 곤지암 실촌수양관에서도 한기총 소속 교인들을 대상으로 내년 총선까지 돈이 필요하다며 선교카드 발급을 노골적으로 독려한 바 있다.

전 목사는 당시 “나는 내년 4월 15일까지 돈이 필요해요. 100억이 필요한데. 내가 그래서 한기총 대표회장 된 거란 말이야”라며 “청교도만 가지고 안 되니까. 내가 안 팔기로 작정했어. 언제 파냐. 1000만장 만들어가지고 그때 가서 20조에 팔려고”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전 목사는 보수 성향 단체 및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에서 총괄 대표를 맡았다. ⓒ천지일보 201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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