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조사 마무리하고 악수나 하자”
‘라포르’ 형성… 자백 끌어내는 데 성공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손이 참 이쁘시네요. 손 좀 잡아봐도 돼요?”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씨는 여성 프로파일러가 투입된 조사중 이같은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같이 ‘도발’을 했으나 프로파일러가 오히려 침착한 대응으로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해 관심을 모은다.
앞서 이씨는 부산교도소에서 이뤄진 수사팀과의 4∼7차 대면조사에서 입을 열었다. 그전까지 조사에서는 형사와 프로파일러의 질문에 대체로 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화성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사팀은 ‘라포르(신뢰관계)’ 형성을 중시여기며 수사를 계속했고 결국 이씨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는 이씨가 한 여성 프로파일러의 손을 쳐다보면서 “손이 참 예쁘시네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손 좀 잡아봐도 돼요?”라고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프로파일러는 오히려 침착하게 “조사가 마무리되면 악수나 하자”고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인 인사인 악수를 내세워 이씨의 요구는 거절하면서도 그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이러한 중에 이씨는 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자신의 DNA가 나왔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처음엔 별반응이 없던 그는 “DNA 증거도 나왔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네요”라며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언젠가는 이런 날이 와서 내가 한 짓이 드러날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담담하고 때때로 그림으로 설명을 해가며 자신의 범행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이처럼 이씨의 자백을 끌어낸 경찰 대면조사는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자백 과정에서 범인이 검거돼 모방범죄 또는 별개 사건으로 여겨진 화성 8차 사건까지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과거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한편 이씨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이후인 지난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