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전날 태풍 '미탁'으로 많은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강릉 경포호수 주변 진안상가 일대에서 4일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피해 현장에 가재도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전날 태풍 '미탁'으로 많은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강릉 경포호수 주변 진안상가 일대에서 4일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피해 현장에 가재도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국보 ‘세병관’ 등 문화재 18건도 피해
금융권, 피해 기업·개인 대출상환 유예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한반도를 관통해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한 제18호 태풍 ‘미탁(MITAG)’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물에 잠기거나 강풍에 파손된 시설물은 3771곳에 달하는 가운데 복구는 더디다. 현재 70%만 복구됐다.

4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수는 682세대 1262명이다. 이는 하루 반나절 만에 234세대 511명이 늘어난 숫자다. 이날 오전까지 잠정 집계됐던 이재민은 448세대 751명이었다. 즉 이재민 중 221세대 520명만이 귀가한 것이다.

나머지 461세대 742명은 여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 강원 301세대 529명, 전남 3세대 3명, 경북 136세대 164명, 경남 11세대 16명, 제주 10세대 30명이다.

이중 58세대 92명이 친·인척 집으로 거처를 옮겼을 뿐 대부분 마을회관과 경로당, 교회 등에서 머물고 있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피해 시설물은 3771개소(사유시설 2806개소, 공공시설 956개소)다. 이 가운데 2659개소(70.5%)만이 응급 복구가 끝났다. 공공시설 562개소(58.2%), 사유시설 2412개소(86.0%) 각각 복구됐다.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동해안에 많은 비가 내린 3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대초등학교 진입로가 물에 잠겨 있다. 이 학교는 오는 4일 휴업할 예정이다. (출처: 연합뉴스)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동해안에 많은 비가 내린 3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대초등학교 진입로가 물에 잠겨 있다. 이 학교는 오는 4일 휴업할 예정이다. (출처: 연합뉴스)

물에 잠기거나 강풍에 파손된 주택은 2114채, 상가·공장 415동, 비닐하우스 28동, 양식시설 315개소, 농경지 1만 1064ha 등이다.

학교 건물 4곳, 하천 172곳, 상·하수도 85곳도 태풍 피해를 봤다. 전국으로 유실 또는 파손된 도로·교량은 321곳에 달한다.

또 사적 제397호 강진 전라병영성 성곽이 무너지는 등 크고 작은 문화재 피해도 속출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후까지 미탁과 관련한 피해 상황을 집계한 결과 국보 1건, 보물 2건 등 국가지정문화재 10건과 시도 지정 문화재 8건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때는 전국적으로 4만 8673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겨 큰 불편을 겪었다. 부산 산사태 매몰로 접근이 어려운 7가구만 복구가 안 된 상태다.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현장에서 마지막 매몰 실종자가 수습되면서 사망자는 12명으로 1명 더 늘었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 26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 5분께 성모(70, 여)씨에 이어 33시간여 만인 오후 6시 21분께 권모(48)씨까지 모두 발견됐다. 경찰은 매몰자 수색이 끝난 만큼 산사태 원인 수사에 주력할 예정이다.

경북 영덕군 축산면 A(66)씨의 집이 무너지면서 A씨 아내(59)가 매몰돼 숨졌다. 강원 삼척에서도 토사에 주택 벽이 쓰러져 안방에서 자던 여성 B(77)씨가 목숨을 잃었다.

앞서 경북 울진군 울진읍에서는 무너져 내린 토사에 주택이 붕괴해 60대 부부가 매몰돼 사망했고,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서도 주택이 무너져 매몰된 아내(69)는 구조됐지만 남편(72)은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성주군 대가면에서는 김모(76)씨가 농로 배수로에서 침전물을 제거하던 중 급물살에 휩쓸려 사망했고 포항시 흥해읍 급장리에서도 이모(47, 여)씨가 급류에 휩쓸려 도랑에 빠졌다가 구조됐지만 숨졌다.

강릉시 옥계면 북동리 송어양식장을 점검하던 중국 동포 C(49)씨도 실종됐다가 발견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로써 실종자는 3명으로 1명 줄었다. 부상자는 기존과 동일한 11명이다.

4일 강원도 동해시 근덕면 초곡이 태풍 ‘미탁’으로 피해를 입어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제공: 동해시)ⓒ천지일보 2019.10.4
4일 강원도 동해시 근덕면 초곡이 태풍 ‘미탁’으로 피해를 입어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제공: 동해시)ⓒ천지일보 2019.10.4

소방당국은 미탁 북상 후 지금껏 56건 104명의 인명 구조 작업을 벌였다. 734건(2169.5t)의 배수 지원과 1400건의 안전조치도 취했다.

전날 오후 1시에 기해 전국에 내려졌던 기상특보는 모두 해제됐지만, 바닷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6개 항로의 여객선 10척의 발이 묶여 있다.

설악산·경주산 등 국립공원 5곳의 탐방로 25개 통행 역시 제한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재난 점검회의를 열어 태풍 피해 조사를 서둘러서 그 결과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포함한 합당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일요일인 6일에는 중대본부장인 진영 장관 주재로 태풍 피해 현황 점검회의를 갖는다.

금융위원회는 태풍 미탁으로 피해를 본 기업이나 개인은 대출 원리금 상환을 1년 동안 미룰 수 있고 보험금도 조기에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손해 조사가 끝나기 전에 추정 보험금 50% 이내에서 보험금을 조기에 지급하고, 심각한 피해를 본 가입자는 보험료 납입과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는 지원 방안도 시행할 방침이다.

장흥군 공무원들이 3일 탐진강 둔치 일대에서 태풍 미탁으로 인해 쌓인 토사를 정리하고 있다. (제공: 장흥군) ⓒ천지일보 2019.10.3
장흥군 공무원들이 3일 탐진강 둔치 일대에서 태풍 미탁으로 인해 쌓인 토사를 정리하고 있다. (제공: 장흥군) ⓒ천지일보 201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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