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시작한 광주교육청 ‘2019 동북아평화탐방단’ 해외연수에 참가한 광주지역 학생들과 조선족 학생들이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 2019.10.4
올해 3월 시작한 광주교육청 ‘2019 동북아평화탐방단’ 해외연수에 참가한 광주지역 학생들과 조선족 학생들이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 2019.10.4

현장에서 배우는 평화와 역사 주제 진행
광주·조선족학교 학생 항일유적지 답사
경술구치 109주년… “역사 잊지 않겠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현장에서 배우는 평화와 역사를 주제로 올해 3월 시작한 광주교육청 ‘2019 동북아평화탐방단’ 7개월 여정이 지난 9월 28일 탐방단 해단식과 10월 결과보고서 제출을 끝으로 종료된다.

평화탐방단은 3월 기획단 구성과 4월 사전답사 후 5~6월 참가자 모집을 완료했다.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 국내 평화캠프를 비롯한 1·2·3차 교육을 시행했다. 이후 9월 6~11일 중국 동북3성을 탐방하며 국제 평화와 통일 관련 활동을 수행했다.

◆조선족 학생들 한국어 못해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현지 여행사 대표의 설명. 중국말을 못해 애를 먹던 조선족 학생들은 이제 과거 얘기고 중국말을 모국어로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운다고 했다.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요녕성 심양)에서 만난 조선족학교 학생 중 10~20%가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4할 정도는 한국어로 간단한 회화가 가능했으며 3~4할은 능숙하게 사용했다. 한국 학생들과 만난 조선족 학생들 중 언어가 통하는 아이들은 게임을 같이하며 1시간 만에 서로 친해졌다. 그날 저녁부터 서로 중국어 등을 배우고 가르치기도 했다. 언어는 민족이 분리된 굴곡진 근현대사(1909년 간도협약 등)와 국경을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아이들은 운동을 함께하며 잠깐 화기애애하다가도 다시 서먹해 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교류 행사였지만 이런 경우엔 언어의 벽이 국경보다 높았다.

광주 고등학생 80명이 추석을 앞둔 9월 6일부터 11일까지 중국 동북3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 내 항일유적지와 조선족학교 등을 방문해 남북통일과 동북아 평화 실현을 위한 동북아평화탐방단 활동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광주시교육청(교육감 장휘국)이 주최했으며, 광주시교육청·㈔광주시남북교류협의회, ㈔우리민족이 주관했다.

평화탐방단 5박 6일간 활동은 쉴 틈 없이 진행됐다. 첫 3일간은 조선족학교 학생들과 항일 유적 공동 답사 등 교류 시간을 가졌다. 이후 3일은 백두산, 봉오동 전적지, 북중접경 두만강광장, 명동학교, 윤동주 생가, 3.13 반일의사릉, 일송정 등을 방문했다.

올해 3월 시작한 광주교육청 ‘2019 동북아평화탐방단’ 해외연수에 참가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 2019.10.4
올해 3월 시작한 광주교육청 ‘2019 동북아평화탐방단’ 해외연수에 참가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 2019.10.4

◆일본군 731부대 죄증 전시관 답사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선배들은 중국과 손을 잡고 일본과 싸운 경우가 많았다.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일본은 공통된 적이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현재 하얼빈 역에 있고 중국이 그를 기리는 모습을 보면 그런 역사를 알 수 있다. 731부대 죄증전시관에선 일본군 만행에 대한 살아있는 분노를 읽을 수 있다.

평화탐방단 2일차. 많이 친해진 학생들은 이날 오전 일본군731부대 죄증전시관을 찾았다. 더 말할 것도 없는 야만적 기록에 학생들은 함께 분노했다. 전시관 해설이 대부분 중국어라서 조선족 학생들이 해설을 해줬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대부분 처참함에 말을 잊었다.

오후에는 하얼빈 도시계획 전시관과 태양도 공원을 방문했다. 도시계획 전시관에선 하얼빈 역사에 대해 배웠으며 태양도 공원에서는 꼬리잡기, 제기차기 등을 하며 공동체 놀이를 진행했다. 민족 전통놀이인 제기차기를 할 때는 하얼빈 시민들이 다수 모여 구경하기도 했다. 저녁이 되자 학생들은 야경으로 유명한 하얼빈 중앙대가를 함께 산책했다.

하일빈 역 정문 왼편에 마련된 ‘안중근의사기념관’을 함께 찾았다. 입장료는 무료였으나 여권을 확인하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등 절차를 거쳤다. 기념관에는 동상, 그림, 친필 유묵, 당시 사진, 신문 보도, 가족에게 보낸 편지, 유서 내용 등이 전시돼 있었다. 또한 실제 의거 현장에 지점과 방향이 표시되어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실제 발사 지점에서 의거를 재현하면서 의사의 정신인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가슴으로 느꼈다. 학생들은 방명록에 ‘잊지 않겠다’고 적으며 역사를 잊지 않는 민족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족이 버텨온 기구한 역사를 함께 지켜봤기 때문일까? 헤어지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나라가 망하고 109년. 민족은 남·북, 중국으로 나뉘고 러시아 등 여러 국가로 흩어졌다. 이날 다시 헤어진 우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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