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나라가 두 쪽 났다. 개천절 광화문 광장에선 전례 없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이 추산한 300만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대 인파가 정권 퇴진을 위해 다시 모인 것만은 분명하다. 광화문은 물론 서울역, 세종대로, 종각역까지 인파로 넘쳤다. 이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에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전례 없는 인파에 황 대표의 목소리엔 힘이 실렸다. 조국 장관을 지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국정을 파탄내고 김정은만 대변하며 안보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교보빌딩 앞에서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이 총괄 대표를 맡은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가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를 진행했다. 앞서 전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날 정오부터 서울광장 서편에서 전국기독교 연합 기도대회를 열었고 일파만파 애국자연합(일파만파)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한기총 전광훈 대표는 올초부터 대통령 하야를 노골적으로 주장해온 인사다. 그 발언 수위와 표현으로 수차 문제가 된 바가 있다. 그러나 보수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되레 힘을 받고 있다. 한기총의 태생적 특성을 알면 정치행보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 그러나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과거 모 신종교 사람들이 특정 후보와 사진만 찍어도 정교유착이니 정권에 줄을 대려 한다는 등 온갖 가짜 뉴스를 만들어 폄훼하던 이들이 자신들이 하는 정치 행동에는 한없이 관대하니 말이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는 예수의 말처럼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는 것이 경서에 맞다. 그러나 아는지 모르는지 한기총 이름으로 정치행동을 서슴지 않고 좋게 여기니 경서와 따로 가는 이들이 신앙인인가 싶어진다.

앞선 정권 역시 국민의 퇴진 촉구에 무너졌다. 그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이 다시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또 한편에선 검찰개혁을 외치며 맞서고 있다. 한 사람으로 인해 나라가 두 쪽 난 꼴이 참으로 기막히다. 민생은 언제 누가 책임질 것인지,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 또 온 것 같아 참으로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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