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가 지난 2일 20일간의 마지막 국정감사 열전에 들어갔다. 국정감사가 ‘정기국회의 꽃’이라지만 그러나 이마저도 이른바 ‘조국 블랙홀’에 빠져 여야 논란만 반복되고 말았다. 일부 상임위는 파행을 빚기도 했다. 증인채택부터 조국 장관 사퇴 문제까지 여야는 종일 격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물론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정쟁에 찌들고 찌든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탄식이 절로 나올 따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보니 당분간 여야 정치공방은 더 격화될 것이다. 남은 회기동안 뭐 하나 제대로 입법화 시킬 수 있을지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국회 일정에 따른 핵심 현안마저 짓밟지 말라는 것이다. 먼저 패스트랙을 탄 검찰개혁안과 준연동형 비례제의 경우 마땅히 본회의 표결을 통해 마무리돼야 한다. 찬성도 반대도 있을 수 있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종결토록 하라는 뜻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 안건에 대해 토론과 표결을 통해 결론을 짓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지만 황 대표의 이 발언이 반갑게 들리는 것은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저항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패스트트랙을 밟고 있으니 국회일정에 따라 표결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황 대표 말대로 좀 더 토론하고 협의하면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합의가 안 되면 표결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국회법 정신이며 입법절차다. 하나 더 짚을 대목이 있다. 검찰개혁법안과 준연동형 비례제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때 자유한국당이 격하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이유야 어떻든 국회법 166조가 규정한 ‘국회 회의 방해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폭력을 엄정하게 처벌하기 위해 처벌규정까지 적시돼 있다. 그리고 선거법 19조는 국회 회의 방해죄의 경우 벌금 500만원 이상의 선고를 받으면 피선거권을 상실토록 하고 있다. 상당히 무서운 법이다.

현재 검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찰수사마저 거부할 태세다. 지난 1일 갑자기 검찰에 출두한 황교안 대표는 ‘내 목을 치라’며 소속 의원들의 검찰 출두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치를 외치던 공안검사 출신의 정치인 치고는 상식 밖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보수의 가치는 엄격한 ‘법치수호’로부터 나온다. ‘보수 재건’을 외치는 자유한국당이 도리어 당 대표까지 나서서 법치를 뭉갠다면 그 보수는 어떤 보수가 되겠는가. 부디 소탐대실하지 말고 국민의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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