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러시아 혁명은 20세기 최대의 사건이었다. 노동자, 농민, 병사들이 이끈 볼셰비키가 짜르왕조체제를 전복시키고 소비에트 공산정권을 수립한 러시아 혁명은 공산주의의 주류를 형성하며 현대 세계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문재인 정권의 주류를 이룬 개혁세력들은 지난 2005년 한국에 최초로 완역 출간된 미국의 급진파 언론인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라는 러시아 혁명에 대한 르포책을 많이 탐독했다. 조지 오웰의 ‘카탈루니카 찬가’,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과 함께 세계 3대 르포문학으로 꼽히는 이 책은 리드가 러시아 혁명을 직접 목격하며 혁명 지도자 레닌 등의 행적을 쫓으며 사실적으로 기록해 불후의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혁명의 진실을 전하고자 한 이 책은 스탈린 시대 러시아에서 한때 금서가 되기도 했다.

우리 민족에게도 세계를 뒤흔들고 세계 현대사에 변곡점을 이룬 대사건이 있었다. 서울올림픽이다. 필자는 벌써 30여년이 지난 서울올림픽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5천년 역사에 처음으로 세계를 뒤흔든 민족 국운 융성의 일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1988년 9월 17일 개막일부터 10월 2일 폐막일까지의 16일간은 연일 흥분과 감동의 무대였다. 한국인들과 세계인들은 모든 일정에 눈을 떼지 않고 역사적인 장면들을 지켜봤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1984년 LA올림픽이 이념에 의해 큰 상처를 받으며 동서 냉전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1988년 서울올림픽은 동서화해와 평화의 무드를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은 이념으로 남북이 갈라진 한국땅에서 열리는 서울올림픽에 참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이후 12년만에 서방국가들과 함께 감동의 무대를 이뤘다. 일제 식민지, 한국전쟁과 4.19, 5.16의 혼란기를 거치면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전 국민의 기대와 세계의 관심 속에 서울올림픽을 가장 성공한 올림픽으로 개최했다. 한국은 역대 사상 최고인 종합 4위를 차지하며 한국인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하며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대회이기도 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인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은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서울올림픽 기념행사에서 서울올림픽이 신라의 삼국통일,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와 함께 우리 민족의 ‘3대 사건’으로 손꼽기도 했다.

2020 창립 100주년을 맞아 ‘대한체육회 100년, 국민과 함께 할 백년’이라는 슬로건 아래 100년사 발간 등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 100년사에서 서울올림픽이 남겨준 위대한 유산과 가치를 비중 있게 다뤄 나갈 방침이다. 서울올림픽 성공을 위해 노태우 대통령의 보수정권과 김대중, 김영삼 등 야권의 진보개혁세력은 함께 손을 잡고 협력했던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서울올림픽은 정치인들은 물론 선수들과 자원봉사자, 국민들이 한데 마음을 모아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을 다함으로써 세계를 뒤흔든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조국 사태가 진보와 보수 싸움의 진영 간 대립으로 번지며 국민적 분열을 야기하는 현재의 진흙땅 정치권을 보면서 여야가 한마음으로 뭉쳤던 서울올림픽의 진실한 모습이 더 아쉬워지는 느낌이다. 하버드 대학시절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영웅주의의 매력적인 요소를 지녔다며 미식축구를 즐기기도 한 존 리드는 “세상은 사소한 질투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엉클어지기에는 너무나 눈부셨다”며 서로를 감싸주는 진실한 인간애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울올림픽 정신을 되새기며 진보와 보수의 감정 대결을 넘어 국민 모두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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