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팀 카운터파트. 리용호-폼페이오, 김명길-비건.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19.10.3
북미 실무협상팀 카운터파트. 리용호-폼페이오, 김명길-비건. (출처: 연합뉴스)

현재 남북관계 전면중단 상태

양무진 “통미봉남 설득력 없어”

홍민 “남한 배제, 의도된 설정”

북미협상 결과, 남북관계 영향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오는 5일로 확정된 북미 실무협상이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관계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집중하면서 남북관계 재개 모멘텀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가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와 대남 압박에도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북한은 시종일관  대남대화 전략의 기조에 따라 대남 압박을 이어왔다. 북미대화와 남북관계는 별개이며, 남측이 한미연합훈련과 군비 증강 등 ‘남북공동선언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한 남북대화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근에는 북미협상을 코앞에 두고도 연일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실제 현재 남북관계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일례로 남북이 함께 상주하며 소통하는 창구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가 하노이 노딜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으며, 9.19 평양 정상회담 공동선언 등 1주년 남북공동 기념행사도 불발됐다.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쌀 지원도 무산됐다. 정부는 당초 9월말까지 쌀 5만t 전달을 모두 마치겠다는 입장이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협력 제의에도 북측은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명길 북한 순회대사(왼쪽)가 스웨덴에서 열리는 북미실무협상 참석 위해 3일 경유지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19.10.3
김명길 북한 순회대사(왼쪽)가 스웨덴에서 열리는 북미실무협상 참석 위해 3일 경유지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19.10.3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선 북한이 과거의 통미봉남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북한은 큰 틀에서 미국과 먼저 대화하고 나서 그 다음에 남쪽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런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지금은 통미봉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선미후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남한을 배제하는 것은 의도적인 설정일 수 있다”면서 “북한은 대미 협상카드로 안전보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의 군사적 대미 종속성, 한국의 군사훈련과 무기도입 등이 갖는 위협을 과장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사흘 앞둔 북미 실무협상은 북미 비핵화 로드맵 과정의 연장선이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정상이 개최에 합의했다. 이후 북한이 두 달 넘게 호응하지 않아 장기화가 우려되던 시점에 최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대화 재개 용의를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1일에는 최 부상이 “북미 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데다 미국이 곧 온도차는 보였지만 미 국무부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일주일 이내에 만날 계획”이라고 화답하면서 북미가 마주앉게 됐다.

특히 이번 북미 실무협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협상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우리 정부도 북미 간 협상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홍 실장은 “관건은 미국이 북한의 셈법과 어느 정도 유사한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지점(북한 셈법)에 대한 미국의 유연한 접근이 이번 협상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간 북미 양측에서 오가는 발언을 종합해보면, 미국이 글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방식이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일정부분 이해를 했기 때문에 서로 마주설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북한은 지난 4월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셈법 운운하면서 대화 재개를 촉구해 왔다. 미국도 최근에 ‘리비아식 모델은 적절하지 않았다’ ‘볼턴 식의 접근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화답했다. 최근에는 북한의 안전보장을 고려하는 듯한 발언도 폼페이오와 트럼프 입에서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런 양측의 반응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일정부분 동의를 하면서도 “북한이 미국에 과도한 요구를 하는 등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양측 간 실무협상이 한두차례 더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협상의 결과물이다. 북미협상이 비교적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겠지만, 협상이 난항을 빚을 경우 남북관계 복원도 그만큼 어려워질 전망이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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