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조하기 위해 긴박하게 진행됐던 ‘아덴만 여명작전’. 그 성공을 알리는 희소식이 전해질 무렵 달갑지 않은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핵심은 작전 진행 과정 중 국방부가 제안한 엠바고를 일부 언론사가 깨버리고 보도를 감행했다는 것. 이것으로 한동안 언론사 간에는 ‘언론의 자질이 있다, 없다’ ‘이미 엠바고는 깨진 상황이었다’ ‘국방부는 엠바고를 깬 것보다 더하게 작전을 보도했다’ 등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엠바고를 지켜준 언론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에게 치하를 받게 됐고 엠바고를 지키지 않았던 일부 언론사는 모든 정부부처 출입금지 또는 자료제공 금지라는 형벌이 내려졌다. 엠바고를 지킨 자와 지키지 않은 자에 대한 결과가 너무나 극명하게 나뉘었다.

엠바고는 기자들을 상대로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나 기자들 간의 합의에 따라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일을 말한다.

이를 한 마디로 이해하기 쉽게 말한다면 상호 간에 정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약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키라는 의미의 ‘장부의 한 말이 천금같이 무겁다’는 속담도 있다. 하지만 엠바고를 깨버린 언론은 그 당시 상황이 어찌 됐든 간에 서로의 신뢰를 무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라는 단편적인 부분을 고집하며 ‘입술에 침도 마르기 전에 돌아앉는다’는 말처럼 국방부가 엠바고 요청한 것을 알았음에도 태도를 바꿔 약속을 깨버린 것이다.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어느 것이 더 기본이 돼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사회에서는 사사로운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세상 어느 것보다도 귀중한 사람의 생명이 담보로 잡혀 있었다는 것이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규제’라는 단어와 싸울 필요도 있지만 진정 국민을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어느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지 분별하고 판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번 사건 판단의 일차적인 몫은 독자’라고 얘기했다면 너무나 쉽게 깨버린 엠바고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삼호쥬얼리호의 선원들도, 그리고 구조작전에 나선 우리 군인들도 우리의 독자라는 사실도 함께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자신의 견해만을 관철하려 하기 전에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신뢰’라는 기본을 지켜가는 게 먼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상(賞)은 커지면 커질수록 더 받고 싶어지지만 ‘벌(罰)’이 지나쳤을 때는 반성이 아닌 반발이 생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언론은 국민과 세상을 향한 ‘나팔’로 사용해야지, 개인이나 한 단체를 위한 도구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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