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최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상은 “일본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재생상의 언급과는 달리, 일본인들이 느끼는 경제 침체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현재 일본경제는 대외환경 악화, 내수시장 악화라는 이중고에 처해있으며, 일본 매체들이 예상했던 대로 10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에 거주하고 있는 사야카(34)씨는 “요즘 백화점을 방문해도 시민들이 직접 구매보다는 아이쇼핑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평소 같으면 붐볐을 코너들이지만 지금은 구매자들이 많이 빠졌다”라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일본경제의 위기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교도통신이 주요기업 120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경기가 완만하게 확장할 것이라는 답은 77%에서 올해 23%로 뚝 떨어졌다.

10월 1일부터 모든 상품에 붙는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됐으며 일본이 30년째 겪고 있는 장기불황의 조짐이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경제는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일본의 부상은 미국을 위협했다. 

그러나 일본 재정수지는 1980년대 호황 덕에 흑자를 이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적자로 기울어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1990년 67%에서 지난해 238%로 선진국 가운데 최고치를 달성했다. 여기에 일본의 국채 발행 잔액은 지난 30년간 6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정부가 급격히 부채를 늘린 건 일본은행(BOJ)이 만들어준 초저금리 환경 때문이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 포퓰리즘 무역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중 무역전쟁 가시화로 세계경제의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서 세계 주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속히 위축되고 공급충격(supply shock)에 의한 위기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BBC는 최근 일본은 현재 엔고현상에 직면해있으며 고령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풀린 재정은 금융사와 기업 구조조정이 아닌 복지혜택에 많은 세금이 쓰여졌고 활력을 잃은 채 20년간 디플레이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지난 1일부터 5년 만에 소비세 인상이 이뤄진 일본에서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내수 침체를 막겠다며 내놓은 경제정책들이 복잡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일본 매체들이 보도했다.

스시 체인점, 식당에서는 소비세 인상 직후부터 결제 시스템이 작동이 안되고 오사카와 나고야에서는 전철역 등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 또한 일부 편의점 등에서 매장 내에서 식품을 소비하면 세율 10%, 테이크아웃으로 사면 경감세율인 8%가 적용된다.

최근 미중전쟁이 가속화하면서 엔화의 가격이 낮아야만 하는데 반대로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세계경제의 구조 자체가 ‘일본화’(Japanification)되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7월 말 일본의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1월 전망치 1.3%보다 0.4%p 하향 조정한 0.9%로 낮췄다. 일본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들이 엔고로 인한 실적 악화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올해 2분기 민간 설비투자는 1분기에 비해 0.2%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취합한 민간 연구기관의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5%에 불과하다.

또한 일본경제는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고, 이후에도 경기회복세가 미약하다며 재정 건전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됐고, 성장 전략 측면에서는 기업에서 가계로의 경제 선순환 고리형성이 지연되면서 경제성장과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율 인상은 지난 2014년 4월(5%→8%) 이후 5년 반 만으로 1989년 4월 소비세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가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증세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4조 6000억엔(약 51조원)이라는 국민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일본경제에 큰 시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카드 거래 시 지급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과 일부 필수품 세율을 8%로 유지하는 ‘경감세율’ 등을 동시에 시행하지만 제도가 복잡해 혼란이 예상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1일부터 단행된 소비세율 인상에 대해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전 세대형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인상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면서 만전의 대응을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소비세 인상으로 가계부담이 증가(5.6조엔)하지만, 경감세율, 저소득층 지원금, 교육비 무료화 등의 보완조치로 순증가액(2.2조엔)은 과거 인상시(2014년 8.0조엔)와 비교해 크게 축소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WSJ) “중국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일본 경제지표들이 수년 만에 가장 취약한 상태”라며 “증세를 철회하고 경제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소비세를 인상했던 일본 정부는 매번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았다. 1989년 3%의 소비세를 처음 도입한 다케시타 노보루 내각은 3개월 후 참의원 선거에서 패했다. 97년 소비세를 5%로 올린 하시모토 류타로 정부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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