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날-르포] 노인 지하철 택배원의 고달픈 하루 “먹고 살기 위해선 뛰어야 해”
[노인의 날-르포] 노인 지하철 택배원의 고달픈 하루 “먹고 살기 위해선 뛰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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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노인 일자리로 알려진 ‘실버 택배’의 택배원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노인 일자리로 알려진 ‘실버 택배’의 택배원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

평균 연령 75세… 어깨 배낭 매고 한손엔 또 다른 짐가방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면서 몸이 가루가 된다”

하루 평균 4~5건 배송, 기본운임 7000원에 순수익 2만원

실버택배업자 “안전한 일자리 위해 노인 교육제도 필요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비켜요. 비켜, 2시까지 강남으로 배달 가야 합니다. 지금 지하철 놓치면 시간 안에 배달 못해요. 한 건이 얼마나 소중한데요. 우리 같은 노인도 먹고살기 위해선 뛰어야 될 것 아닙니까.”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지하철 택배 업체. 이른 아침부터 수십명 가량 되는 노인이 어깨에 배낭을 매고 한 손엔 또 다른 짐가방을 들고 바삐 움직였다.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령은 75세. 은퇴나 퇴직 후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지하철 택배 일에 몸을 던진 이들은 이 회사에만 250명이나 된다. 이 회사는 노인 일자리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실버 택배’의 일종이다.

노인 지하철 택배로도 불리는 실버 택배는 65세 이상 노인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일자리 중 하나다. 이들은 지하철 운임이 무료라는 점을 활용해 교통비를 들이지 않고 택배를 배달하고 있다. 단지 물건을 받아서 전달하기만하면 되는 쉬운 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실버 택배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용산구 한 실버 택배 회사에 근무하는 김형남(가명, 74, 남)씨는 배달 갈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이곳에서 1시간 가량 걸리는 배송지에 물품을 전해주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김씨는 “원래 공무원을 하다가 정년퇴직하고 연금 받아먹다가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며 “하루 기본 2~3건 이상 배달하는 것은 기본이다. 난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아침 7시부터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일하는 사람은 몸이 가루가 되도록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치기공품을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곳이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올해 3월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자립적으로 생활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지만 가족들에게는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차마 얘기하지 못했다고 입을 뗐다. 일이 얼마나 열악하고 힘든지 알면 가족들이 극구 말릴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는 “난 오후 시간에만 일해서 그나마 괜찮지만 생계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사람은 부상을 입는 것은 기본”이라며 “나이 많이 먹은 노인들이 이 일(택배)을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노인 일자리로 알려진 ‘실버 택배’의 택배원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노인 일자리로 알려진 ‘실버 택배’의 택배원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

지하철 택배 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4~5건 정도 배송을 담당한다. 기본 운임은 6000~7000원, 시외 배송은 1만원 이상이다. 대개 하루 3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는데, 이 중 30%의 수수료를 택배업체에 납부한다.

지하철 택배원들은 주로 ‘운동 겸 용돈벌이’로 이 일을 시작하지만 낮은 수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 지하철 택배 회사의 경우 많이 벌면 1인당 한달에 최대 100만원까지 벌지만 일이 적은 경우 수입은 30~4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대다수 택배원이 일용직 개념으로 일하기 때문에 업계 종사자 수를 정확히 알 순 없다.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과에 따르면 지하철 택배에 종사하는 인구뿐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민간업체 수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지하철역 안에는 배달을 대기하는 고령의 지하철 택배원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중 한 택배원은 “배달이 갑자기 언제 들어올 줄 모르기 때문에 항상 역 안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나마 나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알아서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택배 일을 하는데 많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 원감을 배달하는 최성열(가명, 76, 남)씨는 목과 팔에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채로 물건을 배달하기에 바빴다. 배달물량이 밀려 점심을 먹을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출근하자마자 쌓여 있는 택배 물량 수량과 주소지를 체크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쉼터도 없이 지하철 대기시간에 잠시 짐을 내려놓고 숨돌리는 것이 휴식의 전부라고 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노인 일자리로 알려진 ‘실버 택배’의 택배원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노인 일자리로 알려진 ‘실버 택배’의 택배원이 가방을 메고 길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

최씨는 “배달이 하루 많게는 10건 이상 들어온다”며 “지하철로 배달하다 보니 맨몸으로 뛰어야 한다.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열악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익의 절반은 수수료로 가져가 사실상 수익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들어오는 수익은 적은데 점심값 등 나가는 돈은 많은 것이 이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지하철 택배 회사의 한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노인 교육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일이 힘들어 그만두는 사람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라며 “하루 기본 10명 이상이 (회사를) 나가고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70대 이상 노년층들이 안전한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탄탄한 인력망 구축을 위한 교육제도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며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지 못해 길을 못 찾는 경우나 배달사고 등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매일 아침 어르신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인턴제도를 도입해 노인을 대상으로 충분히 교육하고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면 효율성이 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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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 2019-10-02 23:43:26
눈 감는 날까지 뛰세요. 젊은 사람들이 뭐라하던지 말던지 다리 움직여서 경제활동이 되는 것이 어딥니까? 거동 못하고 자리보존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고단하지요. 젊은 사람들도 그리 뛰면 고단합니다. 고독한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