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이은 한식 사랑, 김주리 홍콩 이화원 대표 인터뷰
“맛과 음식재료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게 제일!”

[천지일보=최성애 기자] “이 식당에 가면 음식의 재료와 맛이 확실하다는 믿음을 주는 게 제일 중요하죠. 맛이 변하거나 재료를 바꿔서는 안 됩니다. 음식재료만큼은 솔직해야 합니다.”

45년간 홍콩을 지켜온 이화원의 안방마님 김주리 대표는 음식 천국이라 불리는 홍콩에서 한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 김주리 홍콩 이화원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현재 그녀가 운영하는 한식당은 홍콩의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침사추이에 있는 총점과 지점, 그리고 성완에 있는 지점 1곳을 포함해 총 3곳이다. 전체 60여 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이화원은 손님의 90%가 현지인일 만큼 한식으로 홍콩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화원의 음식 맛은 현지에 있는 한식당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홍콩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이라면 주방장서부터 경영인 대부분이 이화원 출신으로 구성돼 있을 정도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식 맛을 인정받은 김 대표는 홍콩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와인&다이닝 페스티벌’에 한식을 대표하는 업체로 참석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객지에서 우리나라 음식으로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어머니가 기존에 한국 전통 상차림 방식을 고수했던 것과는 달리 현지인의 식생활습관을 고려한 세트메뉴로 현지인을 공략했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미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정받은 이화원은 그녀의 세트메뉴 덕분에 더 주목을 받았다. 세트 구성은 2~3인용, 3~4인용 등으로 구성했으며 메뉴도 구이 잡채 돌솥비빔밥 찜 전골 전 등으로 다양화했다. 여기에 제철음식까지 추가해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과메기, 도루묵 등을 선보였다.

이화원의 두 번째 성공비결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음식재료는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다는 점이다. 믿을 수 있고 신선한 재료를 쓴 결과 홍콩 현지인은 물론 한국 사람도 이화원에 가서 음식 맛을 보면 한국에서 먹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때로는 이렇게 극성을 떠는 김 대표를 보며 편하게 하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우선시하는 그는 “영광굴비라면 정말 영광굴비로 요리해야 하는 것처럼 음식재료가 확실해야 맛도 확실한 것”이라며 “손님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최고지 이 정도의 번거로움은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웃어 보였다. 김 대표의 이런 마음이 음식에도 고스란히 담겨 현지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으리라.

이렇게 음식으로 성공을 거둔 그녀가 음식과 맺은 연이라곤 어머니가 홍콩에서 식당을 할 때 한국에서 직접 모든 재료를 구매해 홍콩으로 보내는 일을 도맡아 했던 것이 전부다. 그래서인지 그는 “식당은 어머니가 하는 것,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3년 전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맏이였던 김 대표가 식당을 도맡게 됐고 이제는 “늘 식당에 관심을 두고 식당 생각만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그의 기억에 늘 외롭고 한국을 그리워했던 홍콩의 ‘한식 전도사 1세대’ 어머니, 이제는 김 대표가 그의 뒤를 이어 한식과 함께 한국을 알리려 노력 중이다.  대장금 드라마가 홍콩에서 유행했을 당시에는 ‘대장금 메뉴’를 개발해 손님들에게 내놓았을 만큼 열정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손님이 대장금 메뉴를 먹으며 ‘구절판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는데 거기에 확실히 답변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경험 덕분에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한식에 대한 이야기와 먹는 방법 등을 교육하고 언제든 고객에게 음식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준비했다. 

앞으로 이화원의 목표는 호텔이다. 그녀는 “한식을 전문으로 하는 한옥식 호텔을 운영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목표를 세워 놓으면 그 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외국 여행객을 맞이하는 여행사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국에 여행을 다녀온 외국인이 한국에는 먹을 게 없다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너무 안타까웠다”며 “여행사나 담당 가이드는 여행 시 메뉴를 잘 선정해서 맛있게 먹었다는 소리도 듣고 이로써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도 심어주어 한국을 홍보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 이화원 내부 전경. (사진제공: 이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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