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인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현안을 짚어보고 북미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현안을 짚어보고 북미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北美협상 앞두고 막판 기싸움

“北셈법, 등가성·동시성·단계성”

“3차회담, 내년 2월안 열릴 듯”

“트럼프·北도 성과필요… 성공↑”

“지소미아끝, MD차질… 美개입”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미 실무협상이 수주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미국의 용단을 촉구했던 ‘새로운 셈법’과 관련해 양측이 접점을 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북미 양측은 ‘서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지난 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실무협상이 늦춰지는 등 막판 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본지는 지난달 26일 북한 전문가인 홍민 통일연구원 실장을 만나 관련 현안을 짚어보고 우리 정부의 역할과 북미관계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방안을 진단해 봤다.

- 북미 당국자 간 접촉도 이어지고 있고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최근 9.9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 16일 권정근 미국 국장, 20일에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담화를 냈다. 세 번에 걸친 담화가 연속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최 부상이 대화 재개를 공식 선언했고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다음에 권 국장이 대화 재개를 확인하면서 대화가 되면 기회도 위기도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사실 분위기는 기회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김명길 전 대사는 다시 한 번 양측 간 대화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리고 본인이 북측 수석대표라는 것도 밝혔다. 실제로 어떤 내용을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고 한편으로는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예상케하는 대목이다.

미국도 수주일내 대화가 재개되기를 원한다고 계속해서 밝히고 있고. 트럼프도 보조를 맞춰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선 ‘무력으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내놨다. 이는 북한이 계속 주장해온 ‘안전보장’에 대한 베이스(밑바탕)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북한이 그간 가장 위협적으로 여겼던 요소(미국의 적대시정책)를 해소시켜 줬다는데 의미가 있다. 물론 이번 발언이 북미 간이 아닌 한미 회담에서 언급된 부분이기는 하지만, 북미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본다.

- 북한과 미국이 준비가 돼있다고 언급했는데 어떤 부분을 말하나.

북한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간 북한은 하노이 ‘노딜’에 대한 충격을 내부적으로 흡수하면서 미국에 대한 협상전략을 고민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간간히 대외 선전매체 등을 통해 미국이 어떤 면에서 잘못됐는지 향후 협상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얘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최 부상을 통해서 ‘대화 재개’를 공식화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북한은 그들 나름대로 협상전략이 수립됐기 때문에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준비됐다고 한 것이다.

- ‘새로운 셈법’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은 뭔가.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셈법’은 명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통 3가지로 규정하는데 등가성, 동시성, 단계성이 소위 말하는 새로운 셈법의 기본 틀이다. 우선은 ‘등가성’이다. 등가성은 같은 가치의 교환을 뜻한다. 다음은 동시성으로, (양 당사자가) 교환할 때 동시에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모든 것을 다 진행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제약이 따르니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하자는 것, 즉 단계성이다.

북한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지난 4월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셈법 운운하면서 대화 재개를 촉구해 왔다. 미국도 최근에 ‘리비아식 모델은 적절하지 않았다’ ‘볼턴 식의 접근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화답했다. 나아가 북한의 안전보장을 고려하는 듯한 발언도 폼페이오와 트럼프 입에서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런 반응들은 미국이 글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알수없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방식이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일정부분 이해를 했기 때문에 답변해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미국이 북한의 셈법에 어느 정도 유사한 방식으로 유연성을 갖고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조금 전에 얘기했던 등가성, 동시성, 단계성이 북한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느냐가 쟁점이다.

 

북한 전문가인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현안을 짚어보고 북미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현안을 짚어보고 북미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

- 하노이회담이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 하노이 ‘노딜’의 원인을 되집어 본다면?

하노이회담(2차 북미회담) 당시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포괄적인 비핵화에 대한 확약을 받아내는 것이 첫 단계 목표였다. 아울러 북한이 후속 실행조치로 무엇을 할 것인지, 영변 핵시설 그 이상의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이 미국의 요구사항이었다. 반면에 북한은 대북제제 5건을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북한의 패착은 여기에 있었다. 북한의 설명대로라면 미국은 내부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응하는 조치(상응하는 보상)를 모두 다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국내사정까지 고려해서 대북제제 5건만 해결해달라고 제안했던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약점처럼 비쳐졌고, 여기에 영변 핵시설 가치에 대해 미국이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져 결국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

- 미국의 내부 사정 고려=북한 패착? 구체적으로 애기해 달라.

6.12 북미 정상회담(1차 북미회담) 합의문을 보면, 북미 간 비핵화 구도는 하노이협상 때와 같은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이 어떤 형태로 ‘안전보장’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은 무엇인지 등이 핵심이었다. 소위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안전보장이 교환되는 구조다. 현재 북한의 입장은 6.12정신으로 돌아가서 원래의 협상 프레임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안정보장 카드를 꺼내든 것도 그런 연장선이다.

이런 측면에서 하노이 당시 대북제제 5건을 해제해달라고 했던 것이 오히려 매우 비정상적인 접근이었다. 북한에 최소한 전략가 있었다면 그런 방식의 협상 프레임을 짜지는 않았다. 당초 합의사항이었던 안전보장 카드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서 들이밀었어야 했다.

북한의 ‘안전보장’이라는 것이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주한미군, 한미연합훈련, 미국의 핵정책, 무기구매 및 판매 문제 등 이런 모든 문제가 협상이 돼야 안전보장으로 가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트럼프가 혼자서 결정하느냐. 미국 또한 들어줄 수 없을뿐더러 협상조차 쉽지 않은 영역이다. 북한은 수세에 빠진 미국이 ‘그렇다면 대북제재 몇 개라도 풀어줄게’ 이런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협상전략을 짰어야 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그런 것 까지는 너희들이 못할 거 같으니, 내가 미리 그런 것을 다 고려해서 제제 몇 개만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거야’라면서 협상에 나선 것이다. 너무나 순진했다.

- 이번 실무협상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는가.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 정상이 3차 북미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거론했는데 굉장히 놀랐다. 아직 북미 간 실무협상도 재개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정상이 3차 북미회담 문재를 자연스럽게 꺼내 들었다는 것은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트럼프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 카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혔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강력하게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고 본다. 어찌됐든 앞으로는 북미 간 실무협상을 거쳐서 3차 북미회담까지 어떤 속도로 가는가가 관심사가 될 것 같다.

- 그렇다면 두 정상의 만남 시기는 언제? 또 회담 성공가능성은?

늦어도 내년 2월안에는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미국과 달리 북한이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박았을 때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북한의 경우 보통 매년 11월과 12월 두 달은 내부적으로 내년 신년사를 위해 몰입하는 시간이다. 내년 1년을 위한 계획과 방향을 어떻게 잡고 갈 것인지 논의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올해 안에 성과가 나와야 신년사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내년은 북한 경제개발 계획 5개년 전략 마지막 해인데 실질적으로 결과물이 없다. 뭔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다급한 면이 있다.

미국은 대선국면과 맞물려 있다. 내년 2월 이후에는 대선레이스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외교행위를 하는 별도의 트랙이 불가능하다. 그 이전까지는 외교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

하노이 ‘노딜’ 때와는 다르다. 당시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장이 특사로 평양과 워싱턴에서 고위급 회담을 거쳤지만 정리된 것 없이 북미 양 정상이 만났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협상이었다. 북한은 실무회담을 통해서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미국에 이해시키고 그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과정을 밟지 않았다. 단순히 양 정상이 만나면 되겠거니 했던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다.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서 충분히 서로의 입장과 차이를 필터링한 다음 정상회담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해진 부분이 있고, 실제 회담에 들어갔을 때 ‘이게 도대체 뭐냐’며 깨질 위험성이 줄었다. 하노이 때와는 달리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 북미 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우리의 정부가 과도하게 나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가만히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물밑으로는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이 무엇인지 미국에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한편으로 북미 간 안전보장과 남북이 해야 될 안전보장에 대한 내용들을 협의해 나가야 된다.

또한 하노이 때 노출됐던 문제들 가운데 어떤 부분이 전략적으로 메꿔져야 북미협상이 잘 이뤄질 수 있는지 우리 정부가 물밑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불가역적 지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영변 핵시설 범주를 어디까지 탄력적으로 합의해낼 수 있을 것인지 등 결정적인 고리들이 있다. 최소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계산 없이 일방적 주장을 해서 판이 깨지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설득해야한다.

반면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성을 보이고자 한다면 과감한 액션을 취하라는 것이다. 일례로 대북제제 조치에 저촉되진 않는 선에서 ‘개성공단 재개하겠다’라는 등 말이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설명을 요구하면 하면 된다.

북한 전문가인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현안을 짚어보고 북미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현안을 짚어보고 북미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

-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한미관계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지소미아는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제) 야망, 즉 MD 그랜드 플랜의 한부분이다. MD 플랜에서 지소미아가 결정적이냐, 이것 없으면 안되냐, 물론 그렇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차질은 분명히 있다. 미국이 방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MD 자체는 정보싸움이다. MD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다층적인 정보망을 통해 포착하고 각각의 국가에 배치해둔 기지해서 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하는 전략이다.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한국과 일본이 정보교류를 하는데 더디거나 잘 안된다? 굉장히 치명적이다.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나중에는 복원 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미국의 중재로 한일관계가 회복된다는 개념이 아니라 한국이 이 같은 결정을 하면 미국도 상당부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험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도 노(NO)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일본에게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잘한 결정이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