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사도 왕윤은 여포와 손서, 황완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기도위 이숙을 불렀다. 진급을 시켜 주지 않는 동탁에게 불만이 많은 이숙이었다. 왕윤은 득과 실을 따져 동탁을 죽여야 한다는 설득에 이숙은 찬성을 했다. 그들이 계략을 세우고 이숙이 천자의 조서를 가지고 이오에 있는 동탁에게 전했다. 동탁은 천자가 선위할 것 같다는 이숙의 거짓에 기뻐하며 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렀다.

동탁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앞에 있는 시자에게 영을 내렸다. “이각과 각사, 장제와 번조, 네 사람을 이리로 불러들여라.” 동탁의 심복 장수 네 사람은 부름을 받고 급히 들어왔다.

“천자께서 조서를 내리셨다. 나더러 황제가 되라고 선위를 하시는 모양이다. 그러나 미오를 그대로 비워 둘 수는 없다. 너희들은 삼천 병마를 거느리고 미오를 지키고 있거라.”

그 말에 동탁의 심복 장수들은 모두가 기뻐했다.

“주공께서 천자가 되시면 저희들은 제후가 돼야 합니다.”

“그렇고말고. 모두가 일등 공신들이지. 빨리 수레를 내어 차비를 차리도록 하라!”

동탁의 기쁨은 절정에 올랐다. 늙은 어머니한테 들어가 하직 인사를 고하고 싶었다. 이때 동탁의 어머니 나이는 90여세였다. 동탁이 문안 인사를 올리고 나가려 하자 노모가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소자는 한나라 황제의 선위를 받아 천자가 되러 갑니다. 어머니께서는 조만간에 황태후 폐하가 되실 것입니다.”

“에그, 나는 황태후도 싫고 황후도 싫다. 그저 이대로 편안히 늙어 죽으면 좋겠다. 내가 요새는 어째 그런지 공연히 몸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정충증이 일어나서 못 견디겠다. 아마, 길조가 아닌가 보다.”

“어머니께서 장차 국모가 되실 테니 어찌 미리 놀라운 조짐이 없겠습니까.” 동탁은 말을 마친 뒤 호탕하게 웃으며 어머니 앞을 떠났다. 그는 초선의 처소로 들어갔다. 초선은 동탁이 장안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속으로는 무슨 까닭이 있구나 하고 짐작했다. 그녀는 아양을 듬뿍 담은 미소를 띠며 동탁 품에 안겼다. “장안으로 들어가신다지요?”

“그래, 서울에 갔다 오마. 네가 보고파서 작별을 하러왔다.”

그 말에 초선은 옥 같은 흰 팔로 동탁의 굵은 목덜미를 얼싸안았다. “나도 데리고 가셔야지 혼자만 가십니까?”

초선의 수정 같은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데리고 가고말고, 요다음 번엔 꼭 데리고 가마! 인제 내가 천자가 되면 너는 귀비가 된다.”

“어머나, 대감께서 천자가 되시우. 정말? 에그 좋아라!”

“정말이고말고, 지금 황제의 조서가 내렸다. 내가 가기만 하면 중앙전에 문무백관을 모아 놓고 선위하는 일을 결정할 것이다. 너의 아버지 왕 사도도 수선대를 쌓아 놓고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구, 좋아라. 아버님도 보고 싶소.”

“그래, 이번엔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내 천자가 된 뒤에 곧 너를 데려다가 귀비를 삼을 것이다.”

그 말에 초선은 동탁의 목을 한 번 더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초선은 왕윤의 계획이 뜻대로 무사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 알았다. 그녀는 이 같은 온갖 아양을 떨며 동탁을 작별했다.

동탁은 초선과 작별하고 수레에 올라 이숙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황제가 되고나면 너에게 집금오(황제 근위대장) 벼슬을 주마.”

이숙은 허리를 깊숙이 조아려 예를 올려 은공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동탁은 앞 수레를 타고 이숙은 그 뒤를 따랐다. 전차후옹(前遮後擁)의 의장은 30리에 뻗쳐 있었다. 동탁이 한 30여리쯤 갔을 때였다. 갑자기 수레바퀴가 큰소리를 내면서 우직근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동탁은 수레에서 내려 말을 타고 나갔다. 또 10리를 못 가서 동탁의 말이 별안간 큰 소리를 지르며 놀라서 앞발을 높이 들고 뛰는 바람에 고삐가 끊어지고 재갈이 벗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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