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한화가 하도급 업체의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기술자료를 유용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한화가 하도급 업체의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기술자료를 유용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과징금 3억 8200만원 부과

법인·임직원 3명 검찰 고발

한화 “법적 판단 구하겠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한화가 하도급업체의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기술을 빼돌린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적발돼 제재를 받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한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 8200만원을 부과하고, 해당 법인과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조성욱 공정위원장 취임 후 10대 그룹 계열사에 내려진 첫 제재 조치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2011년 3월 하도급업체와 한화 계열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공급시 그 일부인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제조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같은 해 7월 한화의 계열사인 중국 한화 솔라원 납품시 해당 업체가 스크린프린터를 ‘제작, 설치, 시운전’하도록 위탁하는 내용의 하도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하도급 업체는 한화 아산공장에 스크린프린터를 설치하고 구동시험은 완료했으나 계약의 후속단계인 한화솔라원 중국 공장으로의 이동 및 검증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계약이행이 지체됐다.

하도급업체는 이 과정에서 한화의 요구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제출했으며, 2015년 11월 하도급 계약 해지시까지 스크린프린터의 설계 변경, 기능개선, 테스트 등의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하도급업체가 제출한 기술 자료 중에는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부품 목록 등이 표기된 81장의 도면과 세부 레이아웃 도면이 들어있는 CAD 파일 등 핵심 기술 자료가 포함됐다. 해당 기술은 하도급업체가 수년에 걸쳐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기술이었다.

한화는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도 교부하지 않았다. 한화는 2014년 9월 26일 하도급업체로부터 마지막 기술 자료와 견적을 받고 불과 며칠 후인 10월 초부터 하도급업체에게는 자체 개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신규인력을 투입해 자체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한화는 2015년 7월 하도급 업체의 장비와 주요 특징·부품 등이 유사한 스크린프린터 자체제작을 완료해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총 15대(20억원 규모)를 납품했다. 이 제품은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만들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이 하도급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요구해 받은 후 해당 기술을 사용해 자체 개발·생산한 행위에 대해 제재한 사례”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이번 일은 기술개발에 필요한 지식의 원천에 관한 사건으로 상대사와 당사의 주장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장기간 공방이 있었다”며 “대기업으로서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한다는 것은 실정법 제재를 떠나 회사 경영방침 상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기술 유용 혐의를 부인했다. 

또 한화 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의를 일으킨 점은 공정위 판단 수용 여부를 떠나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당사 기술진이 주장한 ‘자체 개발’ 관련 실체적 사실들을 가감없이 소명해 합당한 법적 판단을 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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