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건물지(육각형:고려시대) 조사 후 전경(2차 발굴-2019년)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19.9.30
1호 건물지(육각형:고려시대) 조사 후 전경(2차 발굴-2019년) (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19.9.30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화천 추정 계성리사지 유적 발굴조사에서 국내 최초로 육각형 모양의 건물지가 확인됐다.

30일 문화재청(청장 정재숙), 화천군(군수 최문순)과 (재)강원고고문화연구원(원장 지현병) 따르면, 추정 계성리사지는 고려 전기에서 조선 후기까지 운영된 산지가람의 사찰로 신라 말 고려 초의 일반적인 평지 가람배치(사찰 건물의 배치)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이번 발굴조사는 보물 제496호 화천 계성리 석등 정비사업의 하나로 시행됐으며, 중심사역으로 확인된 구역에서는 정밀발굴조사가, 외곽지역에는 시굴조사가 있었다. 조사 결과, 중심사역은 남북축선을 기준으로 중문지, 석탑지, 동·서 석등지, 금당(절의 본당으로 본존불을 모신 건물) 추정 육각형 건물지가 위치하는 1탑 1금당의 가람배치가 뚜렷했다.

특히 국내 절터에서 최초로 확인된 평면 육각형의 건물지는 이번 발굴조사에서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고려 전기에 조성된 건물지는 가람배치상으로 볼 때 본존불을 모신 금당으로 추정되는데, 육각형의 기단에 고맥이 초석(주춧돌)을 사용했다.

기단 한 변의 길이는 약 5.4~5.7m, 적심의 지름은 약 1.8~2.2m이며, 면적은 기단을 기준으로 약 88.2㎡이다.

이후 조선 시대에 가서 평면 방형으로 재건되었는데, 정면 3칸, 옆면 3칸으로 면적은 약 132.7㎡이다.

건물지 중앙에는 평면 육각형의 쪼갠 돌(할석)이 깔려 있어 불상의 불대좌(佛臺座)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육각형 모양의 법당지는 현재 북한 금강산 정양사(正陽寺)에도 있는데, 이 정양사의 육각형 법당지(현 약사전) 중앙에도 석조본존불이 배치돼 있어서 비교 짐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제3호 건물지 내에서 확인된 궐수문(고사리 모양 무늬)이 조각된 타원형의 석조화덕시설은 그 동안 국내에서 확인된 고려 시대 화덕시설 중에는 가장 화려하고 격조 높은 시설로 고려 시대 차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특징적인 유구로 볼 수 있다.

사찰 창건과 관련해서는, 고려 전기 관리인 최사위(崔士威)의 묘지명(墓誌銘)에 계성사, 계성사와 매우 유사한 사찰로 알려진 북한 금강산 정양사의 창건에 각각 관여한 행적이 기록돼 있다. 

계성사와 정양사, 두 사찰 모두 육각형을 모형으로 하여 법당, 석탑, 석등이 축조되어 유사한 양상을 띄고 있는 것으로 보아 최사위가 두 사찰을 거의 같은 설계구도 속에서 대부분 건축물을 조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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