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중국 간쑤성 지아위관시를 방문해 시민들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중국 간쑤성 지아위관시를 방문해 시민들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오는 10월 1일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중국 거리가 붉게 물들고 있다. 올해 중국은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 전 주석이 베이징 천안문 문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국경절 직전인 중국은 오성홍기를 대대적으로 내걸고 오성홍기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애국주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오성홍기는 중국 혁명을 상징하는 빨간 바탕의 왼쪽 윗부분에 노란색 큰 별 하나와 작은 별 네 개가 그려진 깃발이다. 큰 별은 중국 공산당, 작은 별 네 개는 각각 노동자, 농민, 도시 소자산 계급과 민족 자산 계급을 상징한다.

중국 공산당을 이끌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마오쩌둥이 건국일인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 오성홍기를 게양하며 중국의 새 국기를 선보였다.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에 승리해 중국을 통일한 마오쩌둥은 지금도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신중국의 아버지이다.

70년 역사 속에서 마오쩌둥은 신중국의 전반 30년을,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를 끌어오며 후반 30년을 이끌어온 중국에서는 신적인 존재들이다.

배부른 신중국의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했던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고, 2년 뒤 선전을 첫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선전은 불과 30여년 만에 상주인구 1200만명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약 1180만원)를 넘는다. 연평균 20%가 넘는 고속성장을 통해 말 그대로 신중국을 탄생시켰다.

마오쩌둥 시대가 혁명과 이데올로기를 중시했다면, 덩샤오핑은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외교정책을 취하기 시작하며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견제와 간섭을 피하고 내부적으로 모든 역량을 경제개발에 매진했다.

지속적인 개혁개방으로 대내외적 위상을 갖춘 중국은 냉전체제 종식 아래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1990년대초부터 여러 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1991년 베트남·인도네시아, 1992년에는 한국·싱가포르·브루나이와 수교했다. 중국이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전신인 ‘상하이-5’를 창설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등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2000년대 후진타오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은 경제·군사·외교 등 책임있는 강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실력을 행사하며 북핵문제, 환경문제 등 글로벌 이슈 해결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면서 기회를 잡은 중국은 G2로 성장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신중국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올해 신중국 건립 70주년을 맞아 시진핑은 인민들에게 아시아를 대표하고 세계의 리더로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 강하고 더 부유해진 중국을 꿈꾸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0주년을 기념해 중국은 전 세계에 국력과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이 건국절 행사를 목전에 두고 지난 25일 정식 개항했고, 경항공모함으로 사용 가능한 최신예 강습상륙함이 처음 진수됐다.

이번에 선보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경절 열병식에서는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이 공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진행 중인 시진핑 주석은 자국민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차원에서 보여주기 식 대규모 퍼포먼스를 할 것으로 중국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네이멍구자치구 츠펑시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네이멍구자치구 츠펑시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근 시진핑 주석은 “우리는 웅대한 뜻을 품고 계속해 분투할 자신이 있다”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중궈멍(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용기를 내 한발 한발 전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 인민은 반드시 할 수 있고, 중국은 반드시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이즈쥔 중국 열병식영도소조 부주임은 최근 국경절 70주년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9개 제대와 연합군악대로 구성됐으며 총 1만5000명의 장병이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종 군용기 160여대와 군사 장비 580대를 선보인다. 역대 열병식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또 “이번 열병식에서는 처음으로 2명의 여성 장군이 사열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신중국 건립 이후 지난 70년간 주목할만한 업적을 쌓았다. 1964년 10월 16일 자체 개발한 원자폭탄 실험이 성공했다. 3년 뒤인 1967년 6월 17일에는 수소 폭탄 실험에도 성공한다. 핵무기 기술 보유국이 된 중국은 1971년 유엔 가입과 동시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얻게 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3년 10월 15일 중국은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를 태운 선저우 5호를 우주 궤도에 안착시키며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다. 양리웨이는 단숨에 ‘중국 우주 영웅’으로 부상했다.

2007년 10월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시창(西昌) 위성발사센터에서 최초의 달 탐사 위성인 창어(嫦娥)1호가 창정3호 갑(甲)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려졌다. 이후 지구 궤도를 떠난 창어 1호는 성공적으로 달궤도에 진입했다. 우주 강국을 목표로 하는 중국은 대형 로켓과 정찰위성 발사에 많은 국가 예산을 쏟아부으며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미국이 가장 긴장하고 위협받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만이 미국과 맞설 만한 거대한 글로벌 리딩 국가가 됐다. 세계의 경제를 뒤흔드는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미국 자본이 중국 경제 성장의 ‘종잣돈’이 되지 않도록 중국 자본 유입을 차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자본 투자를 막기 위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를 상장폐지하거나 미국 공적 연기금의 중국 투자를 향후 차단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중국도 지지 않기 위해 맞설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산업 패권은 누가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농업과 IT에 이어 금융, 이제는 디지털 패권 다툼으로 양국의 한판승부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중국을 완성하는 플랜 중 시진핑에게는 아직 여러 가지 난제들이 남아 있다. 그중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바로 홍콩이다.

최근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홍콩 시위대는 오성홍기를 짓밟고 불태우는 등 중국 공산당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오성홍기 대신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를 들고 가두행진을 벌인다.

홍콩 시위대는 여전히 시위를 이어오며 송환법 반대에 그치지 않고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과 행정장관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행정장관 직선제는 시진핑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이는 홍콩의 완전 독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70년 만에 초강대국 미국과 경쟁하는 ‘글로벌 강국’으로 굴기한 중국에게 홍콩은 ‘미운우리새끼’다.

지난 70년간 갈등과 화해를 반복했던 북중관계도 완전한 신중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이슈이다.

북중관계는 한국전쟁에서 혈맹관계를 형성한 뒤 중국이 전후 복구를 위해 북한에 3억2천만 달러 규모의 무상원조를 하며 돈독해졌다. 북중 간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다가 1992년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정권을 잡으면서 미국이라는 최강대국을 상대해야 했던 북한은 전통 우호국이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시진핑 주석은 29일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신중국 100년을 바라보며 인민들에게 ‘두 개의 100년’(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실현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하나의 중국을 실현하고 인민들로부터 충성을 요구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영웅 받들기 프로젝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9일(현지시간) BBC는 중국의 현안에 대해 “중국은 이제 중대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위기를 진정으로 피부로 느끼고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는 어두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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