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민속박물관 입구 ⓒ천지일보 2019.9.28
청암민속박물관 입구 ⓒ천지일보 2019.9.28

경기 양주 청암민속박물관 

 

1만 2000여개의 다양한 민속품 전시
실물 크기 인형 ‘테마전시관’ 인기몰이

또 하나의 볼거리 ‘우리 야생화’
다양한 연령 관람객 찾아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7080년대 도시락을 난로위에 얹어놓고 얘기꽃을 비웠던 교실, 더운 여름날 우물에서 등목을 하던 시골, 훈장선생님으로부터 회초리를 맞는 서당, 옛 장터의 모습을 재현한 장터거리와 다방·만화방·극장 등 옛 도심의 모습 등 1950~80년대 풍경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부모세대는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고, 자녀세대는 마냥 신기한 공간이다. 한 바퀴 돌다보면 시간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다.

바로 경기도 양주에 있는 청암민속박물관 이야기다. 청암민속박물관은 자연의 향기와 추억을 느낄 수 있는 민속품과 농기구, 생활용품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1999년 개관했다. 특히 골동품 가게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물품들을 약 40년간 꾸준히 수집해, 테마별로 전시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무더위의 끝자락에서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 중순 청암민속박물관으로 행했다.

박물관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다. 꽃과 식물 등 주변경관과 함께 어우러진 자연친화적인 모습이 야생식물원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또한 입구 옆에 마련된 7080년대 교복체험관에서는 이날 체험학습에 온 어린이집 아이들이 옛날교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어 절로 이모미소가 나온다.

옛날교복 체험전시관에서 어린이들이 옛날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9.9.28
옛날교복 체험전시관에서 어린이들이 옛날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19.9.28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7080년대 시골 다방 느낌의 빈티지 감성의 공간이다. 계란이 동동 띄워져 있는 쌍화차를 주문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실물 크기 모형으로 전시된 옛날다방 풍경 ⓒ천지일보 2019.9.28
실물 크기 모형으로 전시된 옛날다방 풍경 ⓒ천지일보 2019.9.28

철길 모양으로 만든 길을 따라 좀 더 가면 낡은 새마을호 기차 한 칸이 실물 크기로 전시돼 있다.

마침 열차 안에서는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라는 7080년대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 ‘고래사냥’이 흘려 나오고 있었다. 기차 안에 전시된 낡은 통기타를 치면서 친구들과 바다로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순간이다.

전시돼 있는 낡은 새마을호 기차 한 칸 ⓒ천지일보 2019.9.28
전시돼 있는 낡은 새마을호 기차 한 칸 ⓒ천지일보 2019.9.28

드디어 본격적으로 과거여행을 떠나볼까.

청암민속박물관은 5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제 1관은 종합관으로 선조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다. 생활 민속품과 재래식 농기구 등 전시된 유물의 개수가 무려 1만 2000여 점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니 그 어마어마한 양에 감탄이 절로 난다.

청암민속박물관 내 민속종합박물관에 전시된 1만 2000여점의 다양한 민속품들 ⓒ천지일보 2019.9.28
청암민속박물관 내 민속종합박물관에 전시된 1만 2000여점의 다양한 민속품들 ⓒ천지일보 2019.9.28

이어 다음 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기자 “호랑이가 담배피던 옛날 옛적에/ 꼬마 신랑 장가 가던 첫날 밤에요오! 오줌을 쌌대요 아이고 창피해/ 엄마 찌찌 먹으러 집에 간대요/ 서방님 서방님 가지 마세요/ 내일 아침 누룽지를 긁어드릴게~” 꼬마 신랑과 관련된 정다운 동요가 귀를 즐겁게 한다. 이곳은 제 2관인 꼬마 신랑관으로 꼬마 신랑과 신부의 모습, 이를 훔쳐보는 아낙들의 모습을 재치 있게 꾸며놓았다. 절로 웃음이 나는 곳이었다.

실물 크기 인형 모향으로 전시된 ‘꼬마신랑 장가가는 날’ 풍경 ⓒ천지일보 2019.9.29
실물 크기 인형 모향으로 전시된 ‘꼬마신랑 장가가는 날’ 풍경 ⓒ천지일보 2019.9.29

다음은 이 박물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제 3관인 테마 전시관이다. 실물 크기로 제작된 사람 모형들을 통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한의원, 옛 부엌, 서당, 대장관, 안방, 시장거리, 시골교실, 우물가 등 부모세대는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고, 자녀세대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마침 어린이집에서 체험 온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선생님, 이건 뭐예요?” “아저씨다” “할아버지다”라면서 재잘거렸다. 일상생활에서 보지 못한 모습과 물건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 크게 하는 듯 했다.

이어 발길을 옮기자, 기자의 눈에 반가운 공간이 보인다. 음악시간 선생님의 풍금 연주 따라 노래 부르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 시골학교 교실이다. 특히 교실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난로, 그리고 그 위에 겹겹이 높이 싸여 있는 옛날도시락을 보니, 그때 그 시절 점심시간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던 기자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실물 크기 모형으로 전시된 시골학교 교실 ⓒ천지일보 2019.9.28
실물 크기 모형으로 전시된 시골학교 교실 ⓒ천지일보 2019.9.28
실물 크기 모형 인형으로 전시된 옛날 서당 풍경 ⓒ천지일보 2019.9.28
실물 크기 모형 인형으로 전시된 옛날 서당 풍경 ⓒ천지일보 2019.9.28

제 4관은 아트홀로 옛날 풍경을 미니어쳐로 제작해 놓았고, 세계의 각종 탈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차 문화 체험 및 예절 교육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제 5관은 다담관으로 기업의 각종 프레젠테이션이나 워크샵, 브레인 스토밍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외에도 사람 인형으로 재현한 왕대포 전문 남원집, 만화방, 한의원, 이발소, 연탄판매소, 구두닦이 소년, 주막집, 등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야외에 마련된 민속체험관에서는 인근 어린이집에서 체험 온 아이들이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등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청암민속박물관의 또 하나의 볼거리인 야생화. 120여 그루의 크고 작은 분재형 소나무가 늘어선 숲 사이로 각종 야생 산야초가 서로 앞 다퉈 얼굴을 내밀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천지일보 2019.9.28
청암민속박물관의 또 하나의 볼거리인 야생화. 120여 그루의 크고 작은 분재형 소나무가 늘어선 숲 사이로 각종 야생 산야초가 서로 앞 다퉈 얼굴을 내밀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천지일보 2019.9.28

박물관과 더불어 또 하나의 볼거리는 우리 야생화다. 120여 그루의 크고 작은 분재형 소나무가 늘어선 숲 사이로 각종 야생 산야초가 서로 앞 다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곳을 둘러보고 나서 마무리는 박물관 바로 옆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제공되는 다양한 커피, 유기농차, 직접 만든 수제 차 등은 어떨까. 특히 이곳에서는 직접 구워내는 체코 전통빵인 ‘굴뚝빵’을 맛볼 수 있다.

◆직접 보고 체험하는 살아 있는 교육의 터전

청암민속박물관을 둘러보는 내내 어린이집에서 학습 체험하러 온 아이들, 연인, 부부, 친구, 가족 등 관람객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이날 만난 최수림(21)씨는 친구 황기연씨와 함께 평택에서 왔다며, 박물관을 둘러보고는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양주에서 카페를 찾다가 청암민속박물관이 눈에 띄었다. 박물관을 좋아해서 친구와 함께 왔다”라며 “어린 시절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간 기억이 났다. 그리고 만화 ‘검정고무신’도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이 오늘 많이 왔는데, 그 아이들에게는 여기가 신세계일 것 같다. 그 모습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가족단위 관람객들도 곳곳에 있었다. 남편과 평택에서 왔다는 김순택(45)씨는 “오랜만에 나들이 나왔다”며 “박물관 곳곳에 전시된 전시품들의 디테일함에 놀랐다. 볼거리도 많았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 깊은 전시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실물 크기 인형으로 안방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식구들의 모습을 연출한 ‘안방’ 풍경을 보니 옛날 어린 시절이 생각 났다”고 말했다.

실물 크기 인형으로 안방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식구들의 모습을 연출한 ‘안방’ ⓒ천지일보 2019.9.28
실물 크기 인형으로 안방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식구들의 모습을 연출한 ‘안방’ ⓒ천지일보 201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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