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출처: 뉴시스)

文 “검찰 수사방식 개혁해야”

야당 “대통령이 검찰 겁박”

檢 “헌법에 따라 엄정히 수사”

정국 당분간 계속 요동칠 듯

[천지일보=임문식·홍수영 기자]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 하루 만인 27일 검찰을 향해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정국이 풀리기는커녕 강 대강으로 충돌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 그리고 검찰 등 ‘조국 논란’과 관련된 어느 쪽도 이대로 물러설 경우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무조건 직진만 하는듯한 모양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조국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국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 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 주시기 바란다”며“검찰 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질의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질의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6

특히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금의 검찰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과 검찰 개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가지고 있고, 그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정계나 법조계 모두 이를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찰 조직을 향한 문 대통령의 경고라고 해석하고 있다.

고 대변인은 이날 발표를 “문 대통령의 말씀을 전하겠다”며 시작했다. 귀국한지 하루 만에 문 대통령의 이름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정국을 빨리 해결해야 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특히 검찰의 수사방식·관행을 문제 삼은 것은 지지자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되는 비판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11시간 압수수색 등 검찰의 수사에 대해 연일 공격을 퍼붓고 있다.

더욱이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전날 공개된 조 장관과 압수수색 담당 검사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두고 그 유출 경위를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는 발언이 빗발쳤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구광역시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구광역시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5

이해찬 대표는 “어제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조 장관과 전화를 받은 검사밖에는 알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주 의원의 발언은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특히 주 의원은 청문회 당시 학생 생활기록부를 입수한 적도 있는데 검찰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려준 장본인을 색출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조 장관을 상대로 지난 23일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조 장관은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 장관은 “제 처가 매우 정신·육체적으로 안 좋은 상태에서 좀 안정을 찾게 해달라고 했으며 압수수색에 대해 어떤 방해를 하거나 압수수색 진행에 대해 지시한 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잇따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공조를 형성한 한국당은 ‘조 장관이 직권을 남용했다’며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가운데 국회 노트북 앞에 ‘조국 사퇴’ 피켓을 붙이고 항의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9.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가운데 국회 노트북 앞에 ‘조국 사퇴’ 피켓을 붙이고 항의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9.26

이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장관의 전화가)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직권남용이자 수사 외압이고, 검찰 탄압이고, 법질서 와해·왜곡 공작”이라며 “본인이 유리할 땐 장관이고, 불리할 땐 가장인가. 공적 의식도, 공적 마인드도 하나도 없는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개혁 주체라며 겁박에 나섰다”면서 “검찰의 조국 수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의 명령이며, 국민은 검찰의 소신 있고 중립적인 수사를 응원하고 있다. 검찰은 결코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문 대통령의 목소리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검찰에 힘을 실었다.

바른미래당도 김수민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발언은 또 다른 외압”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문 대통령 메시지에 “검찰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으나, 불편한 기류는 숨기지 않았다. 조 장관의 전화통화에 대해서도 ‘수사압력’이라는 판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어느 쪽도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과연 실타래가 어느 곳에서 풀릴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23일 PC 하드디스크와 업무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조국 법무부 장관의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천지일보 2019.9.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23일 PC 하드디스크와 업무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조국 법무부 장관의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천지일보 2019.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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