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자연에서 얻은 식품으로 가공할 필요가 없는 신의 음식 ‘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9.27
인류가 자연에서 얻은 식품으로 가공할 필요가 없는 신의 음식 ‘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9.27

100% 자연식품이 있다. 인류가 자연에서 얻은 식품으로 가공할 필요가 없는 신의 음식으로 불린다. 인류 최초의 식품인 ‘꿀’이다. 꿀을 자칫 설탕덩어리인 것처럼 여길 수 있으나, 천연꿀은 높은 당분 함량에도 불구하고 결코 설탕덩어리가 아니다. 꿀은 과당 및 포도당의 단당류로 구성돼 있어 단 것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꿀의 역사
오늘날 꿀을 생명처럼 여기는 종족이 있다. 아프리카 에페족은 1년에 두 달을 ‘꿀의 달’로 지정한다. 그들은 그 기간에 벌집을 가져와서 꿀 먹기, 꿀 바르기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

꿀의 역사는 장구하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3000년 전에도 꿀이 사용됐음을 알려주는 꿀단지가 발견됐다. 당시 이집트 사람들은 꿀벌이 뜨거운 사막에 떨어진 태양신의 눈물이라고 여겼으며, 왕(파라오)을 꿀벌의 왕이라고 불렀다. 또 왕이나 귀족들이 죽으면 미라(mirra)로 만들어 보존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때 미라에 벌꿀을 발랐다. 꿀이 미라의 제작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편 파라오의 무덤에서 꿀 항아리가 발견됐는데, 당시 꿀의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방증해 주고 있다. 이렇듯 고대에서 꿀은 먹기 위한 식품보다도 오히려 귀한 보석처럼 여겼다. 따라서 신, 동물 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해 꿀을 제물로 바치는 일이 흔했다. 아울러 꿀이 귀했기 때문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면 빚을 꿀로 대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양봉의 역사는 신라시대에 꿀이 사용됐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으로 알 수 있다. 백제 왕자가 일본에 가서 꿀벌을 기르는 법을 전수했다는 사실이 ‘일본서기’에 기록돼 있다. 로마시대에 로마사람들은 꿀을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슬로 여겼으며,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지구상에 꿀벌이 없어진다면, 인류는 4년 만에 모습을 감출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늘날 꿀벌이 식량 재배에 미치는 경제적 가치가 약 373조원에 달할 만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동안 꿀은 치료제, 활력증진제, 감미료 등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9.27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동안 꿀은 치료제, 활력증진제, 감미료 등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9.27

벌꿀의 효능과 성질

‘동의보감’을 보면 ‘벌꿀은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비위를 보강하고 아픈 것을 멈추게 하며 독을 없앨 뿐 아니라, 약을 조화롭게 하고 헐은 입을 치료하며 눈과 귀를 밝게 한다.’라고 돼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경기 등 각종 운동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필히 꿀을 먹였다고 한다. 이는 꿀의 뛰어난 효능 때문이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동안 꿀은 치료제, 활력증진제, 감미료 등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꿀은 독특한 성질이 있다. 특히 면역력 강화와 상처 부위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꿀은 몸속의 박테리아와 접촉하면 박테리아를 바로 박멸시킨다. 예를 들면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 포도상균, 연쇄구균과 같은 박테리아를 성공적으로 파괴시킨다. 꿀이 박테리아의 수분을 제거할 수 있는 삼투압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꿀의 항생 효과가 얼마가 강력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과학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양한 스트레스,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체내에 적지 않은 노폐물을 갖고 있다. 이때 매일 따뜻한 꿀물 한 잔을 꾸준히 마시면 신비롭게도 노폐물이 제거되고 해독이 된다. 꿀이 이뇨 효과를 갖고 있어서 노폐물의 배출을 원활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꿀의 용도는 다양하다. 인류가 만든 최초의 술은 무엇일까. 벌꿀을 재료로 발효시킨 밀주(蜜酒)다. 꿀물을 마신 후 발효되는 과정을 보고 밀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꿀의 용도는 귀한 식품 및 약품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돼 왔다. 특히 위장병, 피부병, 내과 질환, 소화불량 등에 효험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마오리족은 마누카 나무의 잎과 나무껍질에 들어 있는 강력한 항균물질로 인해 마누카 나무를 약제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9.27
마오리족은 마누카 나무의 잎과 나무껍질에 들어 있는 강력한 항균물질로 인해 마누카 나무를 약제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9.27

마누카나무와 마누카꿀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 있다. ‘마누카꿀’이다. ‘액체 금(liquid gold)’이라고도 불리는 마누카꿀은 메틸글리옥살(MGO) 성분이 풍부해 강력한 항균작용을 하는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한다.

고대 뉴질랜드에서는 원주민인 마오리족들이 즐겨 마실 수 있는 차(tea)가 없었다. 이는 지리적으로 대륙과 떨어진 오지인 데다가, 무역은 물론 해외 유입인구가 극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들은 즐겨 마실 수 있는 차를 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찰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 바닷가 언덕이든, 동네 공원이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를 발견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 중의 하나였다. 꽃 색깔이 분홍색 및 흰색을 띠는데, 흰색에서 분홍색의 꽃이 핀다는 점도 특이했다. 그것은 뉴질랜드의 토종 나무였고 거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마누카(Manuka)’라는 나무였다. 아주 단단하고 질겼기 때문에 마오리족은 이 나무를 겨울철 난방용 장작, 농기구를 만드는 연장 또는 창과 화살 등 무기를 만드는 용도로 썼다.

18세기에 이르러 유럽 이민자들이 대량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정착은 했지만 바로 생활의 안정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마오리족과 다름없이 해안가에서 조개를 채취하거나 고래잡이를 하러 바다로 낚시를 가곤 했다. 유럽식 풍토에 길들여진 그들은 일상에서 차를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히 즐겨 마실 차가 없었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마누카 나뭇잎을 우려내 차를 만들어 마셔 보았다. 기이하게도 그들이 마신 차는 사람들을 매료할 수 있는 독특한 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마누카 나무를 뉴질랜드 차 나무(New Zealand Tea Tree)로 부르기 시작했다.

보잘 것 없는 나무로 여겨졌던 마누카 나무가 이를 계기로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됐다. 마누카 나무가 더욱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마누카꽃에서 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마누카꽃은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피는 꽃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큼 마음을 안정시키는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가지 하나에 꽃이 촘촘히 많이 피어나기는 하지만 크기가 지름이 1.8㎝ 정도로 작은 편이다.

마오리족은 마누카 나무를 약제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그 이유는 마누카 나무의 잎과 나무껍질에 들어있는 강력한 항균물질 때문이었다. 작은 꽃이 무성한 관목에서 꿀벌이 꿀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생산된 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마누카꿀(Manuka Honey)이다.

유칼립투스(Eucalyptus) 향이 강한 마누카꿀은 토착 식물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다른 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유한 성분이 있다. 바로 UMF(Unique Manuka Factor) 성분이다. 이는 마누카 특유의 성분을 의미하며 항균작용 활성인자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UMF 수치가 높을수록 UMF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누카꿀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꽃가루 함량의 70% 이상이 마누카 나무에서 얻어져야 한다. 마누카꽃은 꿀벌에게도 정말 고마운 꽃이다. 꿀을 모으기 위해 여러 군데를 날아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꿀 한 티스푼을 모으려면 5천 킬로미터를 날아다녀야 한다. ‘마누카꿀’의 열풍 비밀은 청정자연을 가진 뉴질랜드의 마누카라는 야생 관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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