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부자세습이 사실상 허용됐다. 예장통합 교단은 26일 경상북도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제104회 정기총회 마지막 날 ‘명성교회 수습안’을 의결했다. 거수로 진행한 표결에서 총회 참석 총대(總代) 1204명 가운데 920명(74.6)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예장통합이 2013년에 84%가 찬성해 결의한 ‘세습방지법’을 스스로 뒤엎는 결과다. 교단 헌법을 무시하고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자체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실태에 비춰보면 별로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이번 정기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에게서 이미 세습을 허용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읽혔다.

총회 현장에는 ‘개교회 목사 청빙을 부자세습이라고 허위주장을 하지 말라’며 피켓 시위에 나선 목사들도 있었다. 투표 결과가 보여주듯 명성교회 세습은 총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세습이라고 안 보는 건지 안 보고 싶은 건지는 모르지만, 이번 건은 분명 한국교회에 교회세습이 난립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교회세습은 지각 있는 교계 단체들에 의해 비판 받아 왔다. 일반 회사와 달리 교회는 신도들의 피같은 헌금으로 운영된다. 교회 건축을 위해 빚을 내서 헌금을 하는 신도들도 적지 않다. 이런 헌신적 기여는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형교회 내에서 오가는 헌금은 중소기업 수준이다. 돈 맛을 본 목회자들은 자신이 누린 부와 명예를 자녀나 부인에게 넘겨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1세대 목회자들이 자리를 넘겨줄 때가 된 2000년대 이후 더 심화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교인들이 그걸 좋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번 명성교회 세습논란에도 결국 부자세습이 인정된 데는 명성교회 신도들의 이런 분위기가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다. 이는 어려서부터 목회자에게 세뇌된 결과다. 하나님의 대리자라고 하니 어떤 일을 해도 된다는 목회자들의 주장에 세뇌돼 아무것도 분별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생명 없는 것은 부패한다. 신의 대리자인 목회자가 부패했다는 것은 생명력을 잃었고, 자신들이 믿는 신이 떠났다는 증거다. 분별력을 잃으면 소경과 다름없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는 성구에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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