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이건 나라냐?
[정치평론] 이건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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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2017.5.10,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2016년 겨울 한복판에서 깨어있는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서, 아니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가 그랬듯이 국민은 ‘이게 나라냐?’며 직접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나라가 도탄에 빠졌을 때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행동에 나섰는지는 우리 역사가 잘 증명하고 있다. 마치 ‘의병’이 일어나듯 촛불을 든 국민의 함성은 전국을 뒤덮었으며 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냈다. 말 그대로 ‘피플파워(People Power)’의 위력을 보여준 상징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피플파워의 연장선에서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은 ‘이게 나라냐’며 물었고, 이에 힘입어 새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피플파워로 새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나라다운 나라’로 화답하겠다는 약속이 문 대통령의 강력한 신념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라 하겠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벌써 임기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피플파워’와 ‘나라다운 나라’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을 염두에 둔다면 집권 전반기의 성과는 실로 엄청났어야 했다. 그 결과 지금쯤은 구체적 성과를 바탕으로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어야 한다. 마침 직전의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으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몰락하고 있다. 더디지만 북미관계에도 질적인 변화가 조성되고 있다. 나라 안팎의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국정을 혁신하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정치환경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취임 후 국정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여론조사만 놓고 하는 말이 아니다. 문 대통령 지지층에서 특히 청년층과 중도층에서 대거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과 개혁성 그리고 정의와 상식 등의 기본가치를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은 사태를 더 가파르게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죽지 못해 산다’는 서민층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나랏돈으로 별 걱정 없이 살아가는 공직자들이 이런 국민의 고통을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싶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여당인 민주당은 조국 가족 수사에 나선 검찰을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검찰 편을 드는 게 아니다. 수사 정보를 흘리며 ‘검찰 천하’를 만들고 있는 검찰의 행태는 눈뜨고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또한 법과 제도로 개혁할 과제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 그럼에도 집권당이 나서서 틈만 나면 검찰과 입씨름 하는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최근의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하나의 ‘분기점’이 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를 평가할 때 조국 ‘이전’과 ‘이후’로 구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국 이전에는 ‘이게 나라냐’의 대안이었던 문재인 정부에게 기대를 걸었던 시기였다.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개혁의 성과는 없었지만 그저 반대만 외치는 자유한국당 탓이려니 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뭔가 답이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조국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어떤 기대는커녕 거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성과의 위기’가 아니라 ‘신뢰의 위기’가 폭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표상(symbolic representation)’이 한꺼번에 붕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묻는다. ‘이건 나라냐?’라고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한 대목을 다시 보자.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처럼 각인됐던 그 공정성과 정의, 그러나 조국 이후에는 모든 것이 뒤집혀 버렸다. 공정성은 짓밟혔고 정의는 도망쳐버렸다. 특권과 반칙이 승리하고 있으며 상식대로 살면 손해를 본다는 이치도 재확인 됐다. 그것도 문재인 정부에서 말이다. 역설적으로 조국이 ‘반면교사’가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불행이요, 100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금의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고 조국 가족에 분노할지라도 설마 황교안의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겠느냐는 인식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임에도 ‘위기 같지 않은 위기’의 배경은 무능한 자유한국당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나 깨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패, 북한의 도발 그리고 일본에 맞선 문재인 정부의 외교 파탄을 고대하는 듯한 무능한 야당의 존재는 이미 ‘정치의 몰락’을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대신할 ‘제3의 대안정당’조차 없으니 한국정치는 이미 ‘절망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죽어야 할 것이 죽지 않고 태어나야 할 것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생태계의 위기를 넘어 ‘절망’으로 봐야 한다. 아프지만 한국정치가 딱 지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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