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부산=이승호 기자] 이기대 공원 입구 동생말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5
[천지일보 부산=이승호 기자] 이기대 공원 입구 동생말에서 바라본 해운대. ⓒ천지일보 2019.9.25

트래킹·출사 관광객 발길 이어져

국가지질공원 선정, 부산 100경

겉은 아름답지만 아픈 역사 상징

[천지일보 부산=이승호 기자] 부산에 사는 시민들조차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숨은 경관이 펼쳐진 이기대 수변(자연)공원.

부산 100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기대 수변공원은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과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산과 바다가 하나 된 해안 산책로를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이기대 공원은 오륙도 해맞이 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4.7㎞의 해안 산책로 코스로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에게 단골 코스 중 하나이다.

또 갈맷길 해안 산책로를 걸으면 광안대교, 황령·금련·장산, 해운대, 달맞이공원 등 부산의 랜드마크가 한눈에 보이는 경관에 사진사들이 출사 장소로도 자주 찾는다.

[천지일보 부산=이승호 기자] 이기대 해안산책로 구름다리 위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5
[천지일보 부산=이승호 기자] 이기대 해안산책로 구름다리 위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5

이기대(二妓臺)라는 지명은 1850년 조선의 좌수영 관료 이형하가 출간한 내영지(萊營誌)에 ‘좌수영 남쪽으로 15리(6㎞)에 두 기생의 큰 무덤이 있다’고 기록된 데서 유래됐다.

향토사학자인 최한복(崔漢福, 1895∼1968년)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수영성을 접수한 왜군은 이 바위에서 승전연회를 열었고 두 기녀가 왜장에서 술을 먹여 크게 취하게 해 함께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의로운 기녀가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목숨을 바친 곳이라 해 의기대(義妓臺)라 부르기도 한다.

이 두 기녀는 이기대 돌개구멍이 있는 너른 바위 뒤에 솟은 석벽에 이기대라고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곳에서 몸을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자는 “현재 이기대에는 쌍둥이 같은 무덤 두 개가 있다”며 “내영지와 이양섭의 족보에 근거해 무덤 근처를 의부지(義婦地)로 기록한 것으로 보아 두 기생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기대 공원 입구에 있는 동생말은 문화부가 지정한 동해안 탐방 도로 해파랑길의 초입부이자 이기대 갈맷길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부부끼리 온 이준용(56, 남, 부산 남구)씨는 “스트레스받고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자주 오는 나만 알고 싶은 곳”이라며 “타지에서 온 지인들에게 소개해줘도 다 좋아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취업준비생 최지은(27, 여, 부산 남구)씨는 “바다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며 “다른 바다와 다르게 조용해서 사색을 즐길 때 자주 온다”고 전했다.

[천지일보 부산=이승호 기자] 이기대 수변공원 돌개구멍 주변에 관광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5
[천지일보 부산=이승호 기자] 이기대 수변공원 돌개구멍 주변에 관광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5

이기대 수변공원 해안가를 걷다 보면 공룡 발자국 같은 둥근 모양의 웅덩이들(돌개구멍)이 여기저기에 형성돼 있다. 이 구멍은 바위의 빈틈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조금씩 바위를 깎아내 만들어진 것이다.

이기대 공원은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부산 태종대, 오륙도 등과 함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기대는 과거 간첩침투 예방을 위해 군사작전 지역으로 통제돼 오다가 1997년 군사보호 지역 해제 조치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몇 차례의 연안정비 사업 가운데 후대까지 ‘역사·교육의 장’으로 보존하기 위해 도심지에서는 보기 힘든 숲과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는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에 학교 등 기관에서 답사나 다양한 체험 목적으로 오기도 하고 밤하늘의 별을 보러 야간에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울타리가 열려 있는 곳도 있어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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