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만에 전경련 찾은 與
전경련회관서 20그룹과 간담회
정치권 접점 늘리며 회복 조짐
경제5단체 주최 환영만찬 참석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추락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들어 여당 의원들과 잇단 간담회를 갖는 것을 물론 외국 국빈 행사 초청 행사도 주관하는 등 한때 ‘경제계 맏형’의 위상을 회복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주관 경제 관련 행사에서 철저히 배제돼왔다. 또한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기업들이 탈퇴해 규모가 크게 줄며, 경제5단체로써의 지위도 상실했다. 게다가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신년회에도 전경련은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경련이 정치권과 접점을 늘리며, 재계의 소통 창구의 역할을 다시 맡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전경련회관에서 2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급 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민주당 측에서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이 전경련과 주요기업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특히 집권여당이 전경련을 통해 주요 기업 CEO를 만나는 것은 현 정부 들어서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재계의 대표 경제단체로 인정했다.
간담회에는 민주당에서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신경민·최운열·전현희·서형수·김한정·김병욱·김병관·강훈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해 양진모 현대차 부사장, 박영춘 SK 부사장, 이방수 LG 부사장, 오성엽 롯데 사장 등 14개 주요 기업의 사장·부사장급 경영진이 배석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미국, 일본보다도 낮다. 생산의 주체인 기업이 잔뜩 움츠러들면서 우리 경제성장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기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사말 이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지난달 20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정책 간담회를 열고 일본 수출규제 등 경제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적폐’로 낙인찍힌 전경련이 사실상 국정농단 사태 이전으로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전경련이 경제5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행사를 주관하는 것으로도 위상의 회복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전경련은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보이코 보리소프(Boyko Borisov) 불가리아 총리의 방한을 맞아 경제5단체 주최 환영만찬을 개최한다.
이날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경제5단체(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대표와 주요 경제인 등이 참석해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우호를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