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채색 꽃바구니무늬 팔각 큰 항아리. (제공: 국립진주박물관)ⓒ천지일보 2019.9.25
백자 채색 꽃바구니무늬 팔각 큰 항아리.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19.9.25

‘히젠’ 일본 도자기 발생지·생산지

“일본 최초의 자기, 조선장인 작품”

임진왜란 이후 유럽 각지로 수출돼

한국 200여점 일본 71점 ‘총출동’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일본 ‘히젠’ 지역에서 꽃피운 도자문화는 조선의 영향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1610년대 임진왜란 당시 히젠으로 끌려간 조선 장인에 의해 일본 최초의 자기가 만들어졌죠.”

경남 진주에 일본자기의 발생지이자 도자기의 생산지로 유명한 ‘히젠’의 도자기가 선보인다.

국립진주박물관은 내달 1일부터 12월 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조선 도자, 히젠의 색을 입다’라는 주제로 한일문화교류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히젠’은 현재 일본 규슈 북부의 사가현(佐賀縣)과 나가사키현(長崎縣) 일대에 해당하는 옛 지명이다. 히젠자기는 아리타(有田: 자기 생산지)나 이마리(伊万里: 자기 수출항)의 이름을 따 ‘아리타 자기, 이마리 자기’로 부르기도 한다.

백자 청화 사자무늬 큰 접시.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19.9.25
백자 청화 사자무늬 큰 접시.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19.9.25

일본의 도자문화는 임진왜란 이후 히젠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17세기 중반에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각지로 도자기가 수출됐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한국과 일본에 소장하고 있는 조선과 히젠자기가 총출동한다.

국내에서는 가마터 출토품과 왕실묘 부장품으로 확인된 ‘의소세손 의령원 출토품’을 포함해 국내외 19개 기관 소장품 200여점이 출품된다. 히젠자기는 일본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백자 청화 국화·넝쿨무늬 접시’를 비롯한 규슈 소재 8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71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실 앞 복도에서는 이러한 히젠도자의 화려한 문양을 ‘3D 프로젝션 맵핑’으로 구현했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접시와, 벽면을 이용해 히젠도자의 화려한 문양을 비춘 다면영상을 만나 볼 수 있다. 영상의 순백색 도자기 형상은 일본에 영향을 준 조선의 도자기 기술과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가 히젠 지역에 정착한 조선 도자기 장인을 의미한다. 흰 바탕에 문양과 색이 더해 화려한 채색자기로 변화하는 영상은 조선의 영향을 바탕으로 성장한 히젠자기의 발전모습을 보여준다.

백자 채색 꽃·새무늬 육각 항아리.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19.9.25
백자 채색 꽃·새무늬 육각 항아리.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19.9.25

특별전은 총 3부로 구성해 조선도자가 일본도자 문화에 끼친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1부는 임진왜란 전 일본 다도문화에 조선 도자와 조선 장인들이 미친 영향을 만나본다. 임진왜란 전부터 일본에 조선자기를 수출한 조선 문화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일본의 가마터 출토품과 가라쓰 도기 등을 준비했다.

2부는 임진왜란 때 조선 장인들에 의해 탄생한 일본자기의 모습과 유럽 수출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조선 장인들이 아리타에서 생산한 초기 백자부터 청화백자, 이후 수출돼 유럽 궁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각종 히젠자기를 선보인다.

3부는 17~19세기 조선과 일본의 도자교류를 살펴본다. 임진왜란 이후에도 일본은 찻그릇을 조선에 주문했는데, 17세기 말부터는 일본도자가 발전하면서 역으로 일본자기 문양이 조선백자에 영향을 주게 됐다. 히젠자기에 많이 보이는 밤이나 소나무 무늬가 조선백자의 문양으로 나타나는 등 도자기를 매개로 한 상호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

백자 청화 국화·넝쿨무늬 접시.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19.9.25
백자 청화 국화·넝쿨무늬 접시. (제공: 국립진주박물관) ⓒ천지일보 2019.9.25

전시회와 연계한 특별강연회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강연회는 총 4회에 걸쳐 한국과 일본의 도자 연구자들이 강연을 펼질 예정이다. 내달 17일 하우봉 전북대 명예교수의 강연을 시작으로 내달 24일 방병선 고려대 교수, 오는 11월 21일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원장, 11월 28일 가타야마 마비 본 동경예술대 교수의 강연이 이어진다.

박아연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일본도자 특별전”이라며 “도자사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역사 속 한·일 문화교류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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