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혜민 기자] 24일 서울시 중구 본지 사무실에서 배우 이병욱이 살아온 스토리에 대해 말하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24일 서울시 중구 본지 사무실에서 배우 이병욱이 살아온 스토리에 대해 말하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KBS 16기 공채 탤런트

8년전 투자실패로 바닥

장어집통해 인생공부해

“더 깊어진 연기하고파”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흐린 날에도 해는 어딘가에 떠 있습니다. 보이지 않을 뿐이죠.”

배우 이병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름을 몰라도 얼굴은 다 아는 올해 25년차 중견 배우다. 단정한 외모와 달리 그의 인생은 나름 굴곡졌다. 투자실패로 온 가족이 한겨울에 길바닥에 내몰릴 위기도 겪었고, 장어집을 운영하며 온갖 유형의 사람을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시인처럼 내뱉는 “어딘가에 해는 꼭 떠 있다”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이병욱(46)은 1994년 KBS 16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1945’ ‘지금도 마로니에는’ ‘근초고왕’ ‘대왕세종’ ‘당신의 여자’ ‘정도전’ 등에 출연해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했다. 올 초 5년만에 ‘동네변호사 조들호2 : 죄와 벌’에 ‘공창수’로 출연해 그간 자리 잡았던 곧은 선비 이미지를 벗고 인면수심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헤르만 헤세의 ‘모든 시작은 신비롭다’는 문구를 좋아한다는 배우이자 사업가 이병욱을 24일 서울시 중구 본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배우 이병욱이 ‘동네변호사 조들호2 : 죄와 벌’에서 ‘공창수’역을 연기하고 있는 모습. (출처: 방송 캡처)
배우 이병욱이 ‘동네변호사 조들호2 : 죄와 벌’에서 ‘공창수’역을 연기하고 있는 모습. (출처: 방송 캡처)

◆“장어집 운영,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

그의 첫마디에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년부터는 확장성 있게 연기 활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솔하고 내면에 녹아든 연기, 꾸미지 않아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연기, 이런 연기가 프레임 안에 녹아 보여주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며 “기회가 있다면 아버지와 딸에 대한 부성애를 다룬 역할이나 코믹스러운 역할 또는 시사 프로그램 MC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연기 갈증으로 꽉 찬 그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은 것은 뜻밖에 연기가 아닌 장어집 운영이었다.

“2014년 드라마 ‘정도전’ 이후 브라운관을 떠나 장어집을 운영하면서 밑바닥부터 시작했습니다. 서빙에, 사람들 관리에,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나다보니 사람들을 대하는 법도 저절로 습득하게 됐습니다. 술 취한 사람 상대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군요. 이런 불특정 다수를 3~4년 상대하다 보니 많은 걸 배우게 됐습니다.”

그에게 장어집 운영 기간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인생 공부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현재 이병욱은 운영하던 장어집을 폐업한 상태다. 그는 장어집 운영보다 더 잘한 일이 폐업한 것이라며 “더 이상 성장은 못 하고 항상 상주해야 하니 망가지는 것 같았다”고 이유를 들었다.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24일 서울시 중구 본지 사무실에서 배우 이병욱이 인터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24일 서울시 중구 본지 사무실에서 배우 이병욱이 인터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사업실패로 밑바닥까지…기부 계기 돼

그는 8년 전 인생 최대 고비를 맞았다. 투자에 실패해 한겨울에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가 된 것이다. 눈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지인 2명이 도움을 줘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가 형편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기부에 나선 동기가 됐다. 그는 “부끄럽지만 기부하면서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장어집을 운영하던 2014년에는 자선골프대회를 5회 정도 유치해 결손 가정을 후원했다. 지난해에도 300만원가량 청소년을 위해 기부했다.

이병욱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일출을 자주 본다. 그는 “산에 가서 해가 뜨는 걸 보면 어둠에서 빛이 올라오는데 구름이 끼거나 안개가 끼면 해가 안 뜬다. 그런데 그게 안 뜨는 게 아니다. 해는 떠 있는데 가려진 것일 뿐”이라면서 “인생도 똑같은 것 같다. 자기가 모를 뿐 분명히 해는 떠 있다”고 강조했다.

“항상 도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이병욱은 헤르만 헤세의 ‘모든 시작은 신비롭다’는 문구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상 새로운 걸 꿈꾸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다른 새로운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 뿌리가 마르지 않는 한 나무는 계절이 지나면 꽃과 열매를 맺는다. 노력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숙하게 숙성을 시키다 보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고 확신했다. 자신의 말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며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이병욱은 지난해 11월 ‘동안석류’를 홈쇼핑에 런칭해 또 다른 ‘시작의 신비’를 경험하는 중이다.

짧은 시간 만난 이병욱은 배우, 사업가 이전에 인간으로써 ‘괜찮은 삶’을 살아보려는 괜찮은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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