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출처: UN 영상 캡처) 2019.9.25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출처: UN 영상 캡처) 2019.9.25

트럼프, 35분 연설서 짧은 대북 발언

北 요구 ‘안전보장·새 계산법’ 언급 없어

 

文대통령 “남북 상호 안전보장” 강조

“비무장지대를 국제 평화지대화 추진”

 

30일 유엔서 北 연설 예정… 화답할까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유엔(UN) 제74차 정기총회가 열린 가운데 각국 정상들이 기조연설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성장 잠재력을 내세우며 비핵화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한 ‘안전보장’에 대해 “남북 상호 간 안전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무장지대(DMZ)를 국제사회가 공조한 평화지대로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유엔총회 4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이나 자신이 최근 언급한 ‘새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핵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상응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의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약 35분간 연설을 하며 이란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 전쟁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가장 용기 있는 자들이 평화를 택할 수 있다는 걸 미국은 안다”고 말한 뒤 “같은 이유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대담한 외교를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목표가 화합이며 끝없는 전쟁과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면서 북한 관련 언급을 마쳤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면 북한의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할 각종 상응조치가 제공될 것이라는 정도의 발언으로 그친 셈이다. 이날 대북 안전보장이나 ‘새 방법론’ 관련 언급은 따로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내친 뒤 그가 언급했던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비난하면서 ‘새 방법론’을 언급했었다. 이에 이달 말 예정된 북미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유엔(UN) 제74차 정기총회가 24일(현지시간) 열리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4번째 연설자로 나서서 북한에 대한 발언은 짧았지만 “북한은 잠재력이 있으며, 이를 위해 비핵화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14번째 연설자로 나선다. 올해 유엔총회에는 총 193개 회원국 중 100개국 국가 원수와 51개국 정부 수반 등 151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출처: UN 영상 캡처)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유엔(UN) 제74차 정기총회가 24일(현지시간) 열리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4번째 연설자로 나서서 북한에 대한 발언은 짧았지만 “북한은 잠재력이 있으며, 이를 위해 비핵화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14번째 연설자로 나선다. 올해 유엔총회에는 총 193개 회원국 중 100개국 국가 원수와 51개국 정부 수반 등 151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출처: UN 영상 캡처)

◆文대통령 “전쟁불용·상호 안전보장” 강조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금 더 보완한 발언으로 대신했다.

이날 유엔총회 14번째 기조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은 ‘전쟁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 등으로 요약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3대 원칙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은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역대 한국 대통령 중 가장 많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 비극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뤄야 한다”면서 전쟁 불용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며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호 안전 보장을 위해서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도 한반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포용성을 강화하고 의존도를 높이고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게 진정한 평화”라며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는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공동 번영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대화와 협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은 권총 한 자루 없는 비무장지대(DMZ)가 됐고 남북은 함께 DMZ 내 초소를 철거해 대결의 상징 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유엔과 모든 회원국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한다”면서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서 상호 불가침 원칙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 북한이 조속히 비핵화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은 오는 30일 유엔총회 연단에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정상의 연설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메시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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