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24일 경기도 김포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창문이 깨져 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로, 요양병원은 이 중 지상 3층과 4층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2019.9.24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24일 경기도 김포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창문이 깨져 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로, 요양병원은 이 중 지상 3층과 4층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2019.9.24

화재로 2명 사망 47명 부상

스프링클러 작동 안 해 피해 ↑

지난해 점검 땐 문제 발견 안 돼

현장, 환자 찾아온 가족들 북적

[천지일보=김정수·최빛나 기자] “할머니들이 연기가 막 나는데 얼마나 놀라셨는지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24일 경기도 김포 소재 한 요양병원에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환자들이 이송된 곳의 한 간병인은 “이 할머니의 아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간병인은 “아들이 마침 불이 나기 전에 방문해서 이 할머니가 가장 먼저 그 난리 통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하더라”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24일 경기도 김포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작업자들이 화재 진화 후 안전 작업을 하고 있다. 불은 이날 오전 9시 3분께 이 병원 보일러실에서 나기 시작해 50여분만에 꺼졌으나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2019.9.24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24일 경기도 김포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작업자들이 화재 진화 후 안전 작업을 하고 있다. 불은 이날 오전 9시 3분께 이 병원 보일러실에서 나기 시작해 50여분만에 꺼졌으나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천지일보 2019.9.24

이날 오전 김포의 한 요양병원에서 큰불이 났다. 사고현장은 화재로 깨진 유리 조각들이 건물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불을 견디지 못하고 날카롭게 깨진 창문 유리들은 당시 화재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요양병원 일부 창문에는 새까만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현장 근처에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세워져 재난의료지원팀과 소방대원이 소통하며 화재 당시 환자들의 상태와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건물 주변으로 떨어져 있는 유리 파편들을 치우는 모습이 보였다.

또 병원 옆 주차장에는 환자들이 이송되고 남은 빈 침상과 휠체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목숨을 구한 요양보호사들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요양보호사는 “처음엔 경보음만 울리고 스프링클러는 작동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검은 연기가 들어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요양보호사의 말대로 이날 화재에도 병원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실시한 종합 소방점검에서는 스프링클러에 대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때 이미 검은 연기가 복도를 가득히 메우고 있어 다시 휴게실로 들어가 젖은 휴지랑 수건을 문틈 사이를 막았다”며 “‘이렇게 죽는구나’ 해서 무서웠는데 소방대원이 들어와서 구출해줬다. 정말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구조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현장에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가족을 찾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아버지를 찾으러 왔다는 김은하(가명, 42, 여)씨는 병원 관계자들을 붙잡고 아버지의 위치를 묻고 다녔다.

김씨는 “병원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를 찾으러 아침 일찍부터 와있었는데 담당자와 소방대원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답했다”며 “너무 답답해서 직접 병원을 찾기 위해 병원 정보를 달라고 했더니 병원 정보도 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긴급재난본부와 소방대원들은 오전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던 곳에 전화하며 환자의 위치를 파악했다. 몇 분 뒤 아버지의 위치를 알아낸 김씨는 “이제라도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찾았지만, 아무리 화재가 발생해 주변이 급하게 돌아가더라도 우리(보호자)는 불이 난 사실보다 가족의 안부가 중요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친할머니가 화재로 인근 병원에 이송, 입원해 있다는 친손녀 양지은(가명, 25, 경기도)씨는 “정오가 넘도록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해외에 계신 엄마의 연락을 받고 나왔다”며 “해외에서 뉴스를 보고 저한테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양씨는 “엄마가 뉴스 보고 연락 안 했으면 어떤 상황이었을지 상상이 안 된다”며 “보호자 번호로 저장돼 있어 저는 따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원무과에서 문자로라도 상황에 대해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4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요양병원 화재현장을 방문해 사고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제공: 행정안전부) ⓒ천지일보 2019.9.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4일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요양병원 화재현장을 방문해 사고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제공: 행정안전부) ⓒ천지일보 2019.9.24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께 김포시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1시간여 만에 꺼졌다. 화재 당시 해당 요양병원에는 130여명이 입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 A(90, 여)씨 등 2명이 숨지고 47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펌프차 등 장비 51대와 소방관 등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에 지하 2층 규모로, 이 중 지상 3층과 4층을 해당 요양병원이 쓰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가 건물에 있던 이용객 대부분은 불이 나자 신속히 대피했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은 자력으로 대피가 어려워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요양병원 4층 보일러실에서 시작했으며, 전기가 끊기면서 산소통 공급 장치를 직원이 수동으로 조작하다 불길이 솟은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당국은 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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