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꿀만 떨어지던 아이가 커가면서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가 된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 공부하기 싫다. 연예인 콘서트 보고 싶다. 가출하겠다. 죽고 싶다”며 엄마의 가슴에 대못 박기를 서슴지 않는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혼자만의 세상을 살면 부모도 자식에게 차마 못할 말을 퍼부으며 갈등은 극에 달한다. 사춘기가 심하게 찾아오거나 중2병이 발병하면 부모로서도 감당하기 힘들다.

사춘기는 몸이 성장한 만큼 마음이 철이 들지 않아 생긴다. 대부분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말싸움도 하며 멋대로 생활한다. 부모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자식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했던 부모가 사실 별로 없다. 그래도 예전의 아이들은 적당히 부족하고 적당히 가난했기 때문에 반항을 하다 스스로 철이 들었다. 사춘기라고 무조건 어떤 행동이나 말도 용납하면 걷잡을 수 없이 엇나간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존중하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어려서부터 남을 배려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키우면 사춘기도 무난하게 지나간다. 부모가 아이와 다닐 때 타인과의 관계에서, 사회생활에서 모범을 보이는 게 가장 좋은 교육이다. 부모의 바른 행동을 보고 자란 아이는 부모를 존경하고 사춘기에도 적당히 방황한다. 자기 자식만 최고로 생각하며 공중예절을 무시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지 않는 건 자식을 망치는 길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덜해도 설거지, 청소 등 가사 일을 분담시킨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잘 사는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어릴 때의 적절한 결핍은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되니 자기 할 일은 스스로 하게 가르쳐야 한다.

아빠가 육아에 얼마나 관심을 갖느냐도 중요하다. 아빠가 아이들과 놀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가 잘못했을 때 혼내는 역할만 하면 아이들은 두려움을 갖는다. 아빠가 같이 있을 때는 순한 양으로 지내다가 아빠가 없으면 엄마에게 대드는 이중성을 가진 아이로 자란다. 아빠가 아이들과 최대한 놀아주며 관계를 유지해야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올바르게 자란다. 맞벌이라 힘들다고 서로 아이들을 미루면 사춘기가 올 때 부모가 통제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 퇴근 해 소파와 혼연일체가 된 부모를 학창시절 내내 본 아이가 우등생이 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자녀교육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좋은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춘기에 공부하라고 잔소리 한다고 아이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아이는 하지 말라고 해도 공부한다. 공부가 소질이고 스스로 무언가 마음속에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이다. 아이마다 각자 다른 소질을 갖고 태어난다. 그 소질을 살리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부모가 해야 한다. 믿고 바라봐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다.

늘 전교 1등만 하는 아이에게 “왜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니?”라고 질문하니 “제가 열심히 공부하면 부모님이 기뻐해서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려고 공부해요.”라고 대답한다. 아이에게 잔소리할 시간에 들로 산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하려는 마음을 갖게 하는 훌륭한 교육이다.

필자는 50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때 대전에서 제주도로 전학을 가야 했다. 말도 다르고 풍습도 달라 왕따를 당해 네 번째 전학을 한 초등학교 5학년에야 비로소 철이 들어 개근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50년의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지금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비슷하다. 단순히 학교가 싫은 것이 아닌 학교 친구와의 관계에 가장 큰 문제가 있을 확률이 많다. 아이를 학교에서 멀어지게 하는 원인은 대부분 학교 내부에 있다. 아이를 가슴에 품고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아이 스스로 문제를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면 전학을 시키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방황을 끝내게 해야지 무조건 “이겨내!”라고 윽박지르면 아이는 더 이겨내지 못한다.

공부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없다. 어릴 적 공부에 질리지 않고 공부를 즐기도록 이끌어 주지 않으면 공부를 잘하기 어렵다. 헬리콥터 맘처럼 아이를 24시간 감시하며 잡으면 아이는 오히려 반항심이 생겨 사춘기에 어긋난다. 부모는 참 어려운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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