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이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란 주제로 104회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3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이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란 주제로 104회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3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교회 주요 장로교단의 정기총회가 본격 막이 올랐다. 총회는 교회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대부분 남성 장로·목사들로 구성된 총회 대의원(총대)들은 해마다 9월 정기총회를 열고 교단 내 문제가 되는 이슈의 해결을 논의한다.

정기총회 첫날인 23일,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끌시끌했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정기총회가 열리는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 일대에선 총회 시작 전부터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의 시위로 들끓었고, 예장합동 정기총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 앞에선 여성 목사 안수를 촉구하는 등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예장통합, 교회 성폭력 대응 매뉴얼 채택… 명성 세습 최종 판단

예장통합 정기총회 주제는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다. 제104회 총회에선 현재 부총회장인 김태형 목사가 총회장으로 추대됐다.

총회장으로 선출된 김 목사는 개회예배 설교를 통해 “한국교회 상황과 우리 교단의 미래를 생각하며 유대 포로 귀환의 지도자인 느헤미야를 주목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0년 285만명이던 교인들이 지난해 말 255만명으로 대폭 감소하는 등 교회 내분에 대해 지적하며 “과거 유대 포로를 이끌고 예루살렘에 부임한 느헤미야의 일성 ‘우리가 더 이상 수치를 당하지 말자’를 기억하자”고 했다.

이어 “더 이상 목사 장로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조롱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예장통합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말씀’과 ‘설교’ 중심의 신앙을 강조했다.

예장통합 104회 부총회장에는 전주 동신교회 신정호 목사가 당선됐다. 또 영락교회 김순미 장로가 여성 장로부총회장에 오르며 교단 최초의 여성부총회장이란 타이틀을 달게됐다. 

이날 예장통합 정기총회에서는 임원선출과 함께 교회 성폭력 대응 매뉴얼이 담긴 ‘교회 성폭력 대응 지침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지침서에는 교회 내 성폭력과 관련해서 교회와 노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지침엔 구속력이나 법적 효력이 없어 향후 또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예장통합의 제104회 정기총회가 열린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 앞은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시끌시끌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예장통합의 제104회 정기총회가 열린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 앞은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시끌시끌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4

예장통합 정기총회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특히 명성교회 부자세습에 대한 총회의 최종 판단에 대해 교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명성교회 세습이 ‘불법’이라고 판결했지만 소속 교인들을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세습 문제에 대해 “모든 건 제 부덕의 소치”라는 내용의 사과 성명을 기습 발표한 가운데 총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예장통합의 제104회 정기총회가 열린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 앞은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시끌시끌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교인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3
예장통합의 제104회 정기총회가 열린 23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 앞은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시끌시끌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찬성하는 교인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3

예장합동, 동성애·총신대 문제 등 헌의… 여성 목사 안수는 전무

같은 날, 서울 충현교회에서도 예장합동의 정기총회가 ‘회복’이라는 주제로 본격 시작됐다. 이날 예장합동 임원선거에선 꽃동산교회 김종준 목사가 총회장으로 당선됐다. 김 목사는 총회와 교회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사 부총회장에는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가 단독 출마, 무투표 당선됐다. 장로 부총회장에는 안동 대흥교회 윤선율 장로가 뽑혔다.

예장합동의 정기총회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동성애, 총신대 문제 등에 대한 헌의를 중점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현재 총회에는 총신대학교 운영이사회를 폐지하고 법인이사를 확대해달라는 내용의 헌의와 동성애를 포함한 그 지지자까지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등의 헌의가 상정된 상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이단성 옹호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안도 눈에 띄는 안건 중 하나다. 

23일 예장합동 제104회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의 모습. ⓒ천지일보 2019.9.23
23일 예장합동 제104회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의 모습. ⓒ천지일보 2019.9.23

그러나 그간 문제가 됐던, 여성의 목사 안수를 허용하는 내용의 헌의안은 보이지 않는다.

예장합동은 딤전 2장 12절(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 등의 성경구절을 근거로 아직까지 여성에게 목사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계 단체들과 여성 사역자 사이에선 신학적 정당성과 별개로 사회 흐름에 맞지 않다며 여성 목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예장합동 정기총회에서 여성 목사 안수와 관련된 헌의는 상정되지 않았지만, 여성 사역자의 강도권을 허용해달라는 청원에 대해선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총신대신대원 여동문회와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등 예장합동 소속 여성 사역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단 내 여성 사역자의 권리가 이번 총회에서 반드시 증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혜정 총신대신대원 여동문회장은 “수년째 총회 현장을 찾아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교단을 이끄는 총대들은 묵묵부답”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성사역자들이 진정 사역 현장을 누빌 수 있도록 교회 내 상설기구가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독교반성폭력센터도 예장합동을 향한 항의 성격의 여성안수식 퍼포먼스를 펼쳤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예장합동 정기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충현교회 앞에서 여성 안수 퍼포먼스를 마무리한 뒤 축도하고 있다. (출처: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예장합동 정기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충현교회 앞에서 여성 안수 퍼포먼스를 마무리한 뒤 축도하고 있다. (출처: 기독교반성폭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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