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천지일보 2018.1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천지일보 2018.12.19

삼바 분식회계 의혹 검찰수사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압수수색

삼성물산·제일모직 2015년 합병

당시 회계 보고서 등 확보 주력

삼성바이오 가치 부풀린 정황

국민연금, 손해에도 합병 찬성

“이재용 부회장에 유리” 판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KCC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23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기로 의결했던 2015년 7월 당시 보고서 등 관련 문건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KCC 본사와 강동구 삼성물산 플랜트 부문에도 역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앞서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 중 회계사들에게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 0.35가 적당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모습. ⓒ천지일보DB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모습. ⓒ천지일보DB

이를 볼 때 검찰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상 부정의혹을 목표로 수사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삼성의 승계작업 현안이 실재했다고 판단하면서 삼성바이오 수사도 활력이 돌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인 2015년 주식교환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가 크게 반영됐다.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가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아 이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이다.

그 결과 같은 해 7월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됐다.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46.3%의 가치를 6조 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인 1:0.35(제일모직:삼성물산)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은 국민연금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유리한 방향으로 찬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합병 안건을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대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처리했다.

국민연금공단. ⓒ천지일보 2016.5.20
국민연금공단. ⓒ천지일보 2016.5.20

참여연대도 지난 7월 “이 부회장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한 합병비율로 최대 4조 1000억원 상당의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며 “국민연금은 최대 6750억원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설명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은 1:1.2598(일부 반영)에서 1:1.3607(전액 반영)이다.

KCC는 합병 당시 경영권을 위협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맞서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입해 이 부회장의 방어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엘리엇은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낸 바 있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손해액은 7억 7000만 달러(약 9193억원)이다.

합병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 같은 일이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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