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법보다 도덕이 우선하는 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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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찌는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은 가고 선선한 가을로 계절은 바뀌었건만 온 나라를 뒤흔드는 조국사태(?)는 갈수록 사회갈등과 분열의 핵폭탄이 돼 세상을 어수선하게 하고 있다.

백화점식 비리와 부정, 부패와 불법이 혼성된 조국사태는 복잡한 대학입시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기회의 불평등과 불균형, 사모펀드 가입 및 운용과 관련한 정보의 독과점 내지 규제법망의 일탈, 공공성을 몰각한 체 교육을 축재의 수단으로 하는 원시적 사학재단 운영행태 둥 이루 열거할 수 없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 불신과 불통, 거짓과 가식, 허위와 위선이 총동원되어 사리사욕을 채우는 과정에서 사회 공동선이나 공공의 이익보호를 위한 그 어떤 감시기능도 작동하지 못하는 권력세계의 부끄러운 민낯을 노정하였다. 이 사태는 정말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 중에 비극이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법을 위반한 사실은 결코 없다면서 법위반 없음을 강조했건만, 사안을 캐 보면 부도덕하기 짝이 없으며, 분수도 경우도 없는 몰염치의 극치였다. 파렴치한 변명은 상식을 믿고 살아 온 시민들을 분노케 하며 심한 허탈감에 빠트렸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는 강제력을 가진 법규범 외에도 상호 유기적인 여러 사회규범, 즉 정치·언론·경제·도덕·예(禮)·관습·종교 등이 있다. 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전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 이외의 다른규범이 함께 필요한 것이다.

조국사태를 바라보며 특히 도덕규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법과 도덕은 자연질서를 바탕으로 사회 공동선의 실현이 그 목적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법은 공허하다. 실제로 법은 도덕을 바탕으로 할 때 강력한 규범성을 가지나, 도덕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법으로서의 가치와 타당성이 적어 존립기초도 약해진다. 하지만 모든 도덕이 법규범으로서 성립할 수 없고, 법으로서 강행되는 것도 적당하지 아니하다. 도덕은 법을 통해 실현할 수 있으나, 반드시 도덕성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법자체가 도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위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도덕적으로 반드시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 

사회적 부정행위에 대한 법과 도덕의 가치기준이 상이하여 가치판단의 혼돈이 발생한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사법적 무죄로 판정되어도 도덕적 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적 책임이 없어도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공직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법적 무죄가 반드시 도덕적 결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도덕적 결백이 곧 청렴성은 아니다. 도덕적 결백과 법률상 무죄는 차원을 달리하는 책임이다. 결백은 주관적·양심적 가치이나 무죄는 객관적·법률적 문제이다. 건전한 사회는 법보다 도덕적 우위를 요구한다.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자에게 그 몫에 어울리는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법보다 우선적 가치여야 하는 이유이다.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은 많은 책무가 요구되는 것이 법이전에 도덕의 요청이다.

하물며 후안무치의 부도덕함에 더하여 위법·탈법·불법의 혐의가 명약관화한데도, 검찰개혁이라는 화두로 사건을 맡은 검찰에게 유·무언의 협박과 강박을 가하는 법무부장관의 언행이 과연 정의롭고 법치적인지 의심스럽다. 현재의 법무부장관은 법무부의 영문명칭(minister of justice)에 걸맞은 정의부(正義部)의 수장으로 적합한 자인지 묻고 싶다. 더 이상 국격과 민격(民格)을 훼손하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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