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최첨단 나노소재 기술 국제경쟁에서 일본을 제치고 승전보를 울린 반가운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안한 첨단소재 그래핀과 은나노의 특성과 측정법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되었다는 소식이다. 산업의 흐름에서 연구개발 및 생산, 판매 등의 기업활동이 표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특히 디지털 시장에서는 표준(Standard)과 마켓(Market)이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므로, 금번 표준화 관련 승전보는 더욱 그 가치가 크다 할 수 있다.

일본, 미국 등 탄소나노소재 선진국들이 수년 전부터 준비했던 해당 소재들에 대한 표준안을 물리치고, 국제표준 주도권을 확보한 것은 그 동안 늘 강조해 온 산학연 협력의 보람된 결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우리가 제안한 국제표준이 정부(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장기적 지원에 의해서 마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소재 중 먼저 그래핀은 탄소(원소기호 C)의 동소체중 하나로, 0.2㎚(나노미터:10-9미터로 통상 사용하는 mm(밀리미터)의 1백만분의 1의 크기)두께의 벌집 모양인 육각형 단층 평면구조로 결합한 나노 물질이다. 강력한 공유결합형태를 가지므로, 그 전도성은 구리의 약 100배, 열 전도성은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으로 초고속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2차전지, 자동차 부품소재 등에 쓰는 첨단 소재다.

매우 가벼우면서도 강력한 강도를 가지므로, 일본이 제 2차 경제도발, 즉 수출규제를 감행할 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미래형 수소전기차의 연료탱크에 쓰이는 소재가 바로 본 그래핀이며, 현재 상당 부분이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우리나라의 표준안이 채택되었다는 것은, 일본의 경제도발에 일정 부분 대응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은나노는 항균·살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위 그래핀과 비슷한 ㎚크기의 은 미세입자다. 옛날 왕들이 독살 방지를 위하여 식사 전에 수라에 은수저를 사용해서 독이 있는지를 확인하였다는 것은 익히 잘 아는 사실이며, 그 만큼 은(銀)은 질병을 유발하는 650여 가지의 미생물을 죽이면서 인체의 안전을 더하는데 매우 중요한 물질인 것이다. 은나노기술은 은을 넓게 펼치어 물체에 덧씌워, 전기제품의 경우 전도성을 높일 수 있고, 세탁기 등에 사용하면 살균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이번 국제표준 제정에는 은나노 물질이 항균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입자 크기를 규정하고 제품에 적용한 은나노 입자의 분포와 함유량을 측정하는 기준을 수립한 바 있다. 두 가지 소재 모두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현 시점에서 각 국의 기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어 그 의미가 더 크다.

표준화의 경제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일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영국 맨체스터 경영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표준화는 무형의 사회간접자본이므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으며, 표준화가 기술혁신, 무역 및 경제성장을 증진하는 데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제표준을 선점한다는 것이 즉각 경제적 효과로 연계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표준화는 말 그대로, 제품의 생산, 검증, 평가 등에 대한 기준치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표준화 선정이 당장의 생산증대 및 연이은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표준화를 기술이라는 인식보다는 “기술력에 바탕을 둔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세계 각 국의 정부, 기업들은 미래기술에 대한 정량/정성적 평가와 예측능력을 가지고 그 비전을 토대로 상대를 설득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제안한 표준화 안을 채택하게 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우위확보를 취하고자 하는 전략적 차원에서의 활동이 표준화를 선점하려는 주 목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는 시장확대를 주도할 수 있으며,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결국 자신들이 주도하는 기술로써 양산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되어 자연스런 경제적 효과를얻게되는것이다. 세계 각 국이 자신들이 만든 표준화 방안을 채택하려는 경쟁을 지속해 나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금번 쾌거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을 통해 원천기술 강대국으로 도약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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