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 도로에서 긴급 방역이 진행되는 가운데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9.20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 도로에서 긴급 방역이 진행되는 가운데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9.20

양돈농가 주위 ‘적막감’ 돌아

곳곳 ‘방역상 출입금지’ 팻말

“오래갈 것 같아 큰일” 걱정

“원래 어려웠는데 더 힘들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축산업계가 원래 어려웠는데 이번 일로 인해 더 힘들어졌어요. 앞으로 나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는거죠. 정말 답답한 현실입니다….”

경기도 파주와 연천 일대를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양돈 농장주와 주민들의 탄식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지난 17일 오전 6시 30분부터 48시간 동안 전국의 돼지농장을 비롯해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 차량 등을 대상으로 내렸던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해제했지만 농민들은 감염의 우려 때문에 여전히 꼼짝할 수 없었다.

본지는 지난 20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양돈 농가를 직접 찾아 돼지열병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오전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0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오전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0

파주의 한 양돈 농가는 주위에 인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적막했다. 양돈 농가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바리게이트로 막혀 있었다. 입구 한쪽에는 파주시청 관계자들이 방제복을 입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차량을 비롯한 사람의 출입을 통제했다.

입구 건너편에는 컨테이너로 된 소독실이 설치돼 있었다. 소독실 입구 앞에는 ‘소독미실시 차량 및 인원 출입금지’ ‘방역상 출입금지’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있었다.

시청 관계자와 마을 주민들은 소독에 무척 신경을 쓰면서도 외부인의 출입에 극도로 민감했다. 한 주민은 다소 예민한 말투로 “이곳에 뭐하러 왔냐”며 빨리 돌아가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 2건의 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추가로 접수돼 양돈 농가 주민들은 초긴장 상태였다. 이로 인해 신고가 들어왔던 곳 중 하나인 파평면 덕천리 주변 양돈 농가들은 대부분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오전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0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오전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0

마을 입구에는 시청직원이 소독용 컨테이너를 황급히 설치하고 있었다. 도로에는 소독제가 한가득 뿌려져 있었다. 감염될 경우를 대비해 감염경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차량번호와 운전자의 이름을 기록하는 방명록도 있었다.

마을에 소독차 파견을 나온 한 시청직원은 “이 마을은 주위에 양돈 농가가 많아서 더 심해지기 전에 예방 차 미리 방역하려 한다”며 “감염 우려 때문에 사람과 차량을 입구에서부터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주시청 직원들이 지금 전원 현장에 투입됐으며 3교대로 방역처소를 지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양돈 농장주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농장주 A씨는 “돼지열병이 또 발생하면 돼지를 전부 폐사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A씨의 농장 출입문에는 ‘사람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부착돼 있었다. 또 농장 입구 한쪽에는 생석회 포대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A씨는 만일의 사태를 철저히 대비하고자 생석회를 한가득 가져다 놨다고 했다.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파주 소재 한 농가 입구에 방역을 위한 생석회 가루가 뿌려져 있다. ⓒ천지일보 2019.9.20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파주 소재 한 농가 입구에 방역을 위한 생석회 가루가 뿌려져 있다. ⓒ천지일보 2019.9.20

그는 비료 차량 진입 때문에 농가의 문을 잠시 열어놓은 것 뿐이라며, 돼지열병이 터진 이후부터는 농장 문을 자주 여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혀를 내둘렀다.

A씨는 “지금 돈변을 싣는 차도 못 들어오게 해서 (돈변이) 쌓여만 가고 있다”며 “계속 방치하면 악취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주에 퍼진 돼지열병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박분례(가명, 67, 여)씨는 “오늘 덕천리까지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고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이미 의심됐다고 신고가 들어왔으면 다른 데도 전염된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박씨는 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들어온 후 이제 소독절차를 밟는 것은 이미 늦은 대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터지고 나서 뒤늦게 소독을 하면 뭐하나. 바이러스 균이 어디까지 퍼졌는지도 모르는데 균이 다 없어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천지일보 2019.9.20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천지일보 2019.9.20

김순녀(가명, 여)씨는 “지금 마을은 돼지열병 때문에 난리”라며 “양돈업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 전부 울고 있다. 빨리 해결돼야 하는데 오래갈 것 같아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축산업 종사자도 돼지열병으로 인해 근심이 깊어져 갔다. 김진호(45, 남)씨는 “평소 경기가 좋지 않아 장사가 잘되지 않는 편인데 돼지열병 때문에 더 안 좋아졌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금 자신 주변에 양돈 농가를 운영하다가 돼지열병으로 인해 농장을 아예 정리해버리는 사람이 꽤 된다고 했다. 그는 “축산업계가 원래 어려웠는데 이번 일로 인해 더 힘들어졌다”며 “앞으로 나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주시는 농식품부로부터 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된 2곳에 대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두 농장은 2차로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군 농가에서 모두 10㎞ 이내였던 것으로 파악돼 긴장감을 높인 바 있다.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 도로에서 긴급 방역이 진행되는 가운데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9.20
[천지일보 파주=손정수 기자] 경기도 파주 소재 농가에서 또다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0일 파주 소재 한 농가 인근 도로에서 긴급 방역이 진행되는 가운데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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