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출처: 연합뉴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출처: 연합뉴스)

경찰 두 차례 접견조사에도

용의자 혐의 전면 부인

10차 사건 직후 결혼 확인

개인사정으로 범행 멈춰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모(56)씨가 경찰의 2차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 같은 조사에도 이씨는 동요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전날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 7명을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로 보내 이씨를 조사했다.

모두 9차례 사건 가운데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살인 사건을 뺀 5차 사건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알려진 18일 첫 번째 조사 이후 하루 만이다.

경찰은 전날 5(1987년 1월), 7(1988년 9월), 9(1990년 11월)차 사건에 대한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용의자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의 DNA와 일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씨는 1·2차 조사에서 “나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자신과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에도 다시 형사들을 보내 3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수원=최빛나 인턴기자]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9
[천지일보 수원=최빛나 인턴기자]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9

이씨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서 이 사건의 결론이 빠르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씨가 자백하지 않은 이상 남은 사건과의 연계성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5, 7, 9차 범행에서도 검출된 DNA가 성폭행의 증거일 수는 있어도 살인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어 또 다른 증거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나머지 사건들의 증거물에서도 이씨의 DNA를 추가로 찾을 방침이다. 이외에도 이씨의 진술을 꼼꼼히 분석하고 방대한 수사기록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는 등 하나의 실마리라도 더 찾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씨는 지난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5년부터 현재까지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씨는 경찰의 계속되는 조사에도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소 측은 경찰의 접견 수사와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이씨를 독방으로 옮겼다. 다른 재소자들의 동요를 막고 이씨의 심경 변화를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는 독방에서 식사도 잘하고 잠도 잘 자는 등 별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고 전해졌다.

독방엔 TV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관련된 뉴스를 직접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씨는 화성 10차 사건 직후 결혼해 가정을 꾸린 것으로 파악됐다. 10차 사건과 처제를 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 살인충동을 참으며 범행이 없었는데, 이 같은 개인 환경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씨는 1991년 7월 아내와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차 범행 피해자가 발견된 지 3개월 뒤다. 10차 이후부터 처제 강간살인 사건까지는 2년 9개월의 시간차가 있다.

그러나 10차 사건은 진범의 범행이 아닌 모방범죄로 분류되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 범행을 하지 않은 기간은 이보다 훨씬 길수도 있다.

다만 범행 장소가 확연히 다른 점 등으로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과 달리 10차 사건은 이씨의 본적인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의 반경 10㎞ 안팎에서 발생한 다른 8개의 범행과 일치하기에 수사를 통해 좀 더 명확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극심한 폭행에 아내가 가출하자 이에 대한 증오감에 처제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당시 재판부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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