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19.9.1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19.9.15

그룹 중심 잡겠다는 의지 보여

사회적 지위·위치 ‘양날의 검’

“전문경영진 체제 준비해야”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든 해외든 불문하고 찾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삼성물산 해외 건설현장 방문은 흔들림 없이 그룹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파기 환송심은 짧으면 2~3달에서 길면 1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석방된 지 1년 반 만에 또다시 수감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액수는 말 3마리 구입액 34억여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이 추가돼 기존 인정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을 합치면 총 86억여원에 달한다. 이 같은 뇌물은 삼성의 회삿돈에서 지출된 것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죄’가 적용된다. 문제는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을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점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회삿돈 50억 이상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353일을 복역하다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횡령액이 50억 미만으로 책정됨에 따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석방된 바 있다. 징역 3년 이하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 이후 첫 해외 행보로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 관계사의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명절에도 쉬지 않고 업무에 매진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17.08%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기업이다. 이 부회장은 왜 파기환송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삼성물산을 선택했을까.

이와 관련해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9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전자계열 회사에 집중했지만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격이기 때문에 잘 챙겨야 한다”면서 “그룹 전체 차원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중동을 찾은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물산은 현재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로 삼성을 컨트롤하는 곳”이라며 “향후 감옥에 가게 되면 지배권 내지는 세습에서 분쟁이 일어날 수 있어 삼성물산을 살피겠다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지배력과 영향력을 과시해 정상참작을 바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참작을 통해 최대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상참작 사유 등을 고려해 판사 재량으로 형을 깎을 수도 있다. 형법상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절반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50억원 이상의 횡령액이 5년 이상의 징역인 만큼 징역 2년 6개월까지 감경을 바랄 수도 있다. 이 경우 집행유예가 가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명예교수는 “파기 환송심을 위해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보는 건 어렵다”며 단호히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며 “삼성이 제대로 돈 못 벌면 우리나라가 흔들린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행보가 정상참작의 사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재판과 이 부회장의 경영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행보를 통해 재판에서 유리한 정황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잘못한 것이 아니다”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유리한 정황을 만들어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또는 형을 감형하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들 잘못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부회장의 삼성에서의 위치와 경영을 법원에서 유리한 정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회지도층에 있음에도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을 불리하게 볼 수도 있다”며 “유리한 것과 동시에 불리하기도 한 위치”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사회지도층에 있으면서도 솔선수범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불리한 점으로 본다”면서도 “재판부가 이 점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박 교수는 파기 환송심을 앞두고 이 부회장의 부재를 대비해 경영에 차질이 안 생기도록 그룹 차원에서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위 경영진들이 퍼스트이재용 체제가 아니라 전문경영인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오너리스크를 최소화 시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한사람에 의존하지 않는 게 건강한 현대적 기업”이라며 “현대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총수는 대주주로써 전문경영인을 견제하는 체제로 바뀌면 삼성에 있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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