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스포츠, 여가의 시간
[스포츠 속으로] 스포츠, 여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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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모처럼 추석 연휴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간단한 차례를 지낸 뒤 추석 전후 사나흘 자유로운 나날을 보냈다. 생계 활동을 잠시 접고 여가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데는 스포츠가 큰 역할을 했다. 손흥민이 전해주는 골 세례, 한국남자농구가 참가한 월드컵 국제농구대회, 일본에서 맞붙은 숙명의 라이벌 한일 여자배구, 추석을 맞아 정례적으로 열린 민속씨름대회 등. 추석 연휴 동안 스포츠 볼거리가 많았다. 지상파 TV나 케이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등으로 직접 보는 재미가 있었다. 생중계를 놓치면 나중 다시 보기를 찾아 보기도 했다. 추석 연휴가 아니었더라면 챙겨 보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마음편히 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단순한 ‘구경꾼’으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손흥민의 볼터치감과 게임리딩능력이 깊어가는 가을처럼 날로 농익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월드컵 국제농구대회에서는 한국남자팀이 서구 뺨치는 ‘장대농구’를 구사하는 홈팀의 중국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하며 분전하는 것을 보면서 외형적인 전력 못지않게 정신력이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고만장한 NB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이 세르비아에게 일격을 맞고 침몰, 8강에서 탈락했고, 스페인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오랜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며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것은 특별한 눈요기꺼리였다.

여자배구가 적지에서 일본을 맞아 3-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것은 최근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로 마음상한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기쁨까지 안겨주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주공 김연경에 의존하는 패턴에서 탈피해 주전들이 고른 득점으로 다채로운 공격을 구사해 수비가 좋은 일본팀을 괴롭혔던 것은 큰 성과였다. 1980~1990년 전성기 때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민속씨름은 그나마 정체성을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일상 활동에서 벗어나 여가를 갖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들의 본능적 욕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여가의 필요성을 치밀하게 밝혔던 것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라고 한다. 통상적인 여가의 의미는 “생계의 본질적인 여건을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하루의 일을 마친 이후 활동하지 않는 여분의 시간”을 말한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어 ‘스콜레(schole)’라는 말을 빌어 여가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서 생필품 확보와 관련된 통상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피하는 심사숙고한 행위라고 정의했다. 여가를 인간의 모든 활동의 진정한 목표로 생각했던 것이다. 동양적인 의미에서는 ‘무위자연(無爲自然)’, 즉 전혀 손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인 활동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고대 그리스 귀족이나 자유인들이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순수한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을 신에게서 물려받은 가장 고귀한 인간의 가치로 여겼던 것도 이러한 사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적 의미의 여가 활동이 오늘날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유희나 놀이로 이해되고 있다. 진정한 여가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노동력의 피로감을 잠시 해소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유희나 놀이를 여가 활동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황금 추석 연휴를 스포츠를 관전하면서 보내며 여가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 것은 나름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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