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진주만 기습과 동시에 일본 육군은 동남아시아를 향해 진격했다. 병력은 11개 사단, 25만명에 불과했지만, 후방의 보급요원을 포함하면 모두 40만명이 동원됐다. 상대인 영국과 미국은 54만명을 보유했다. 작전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일본군은 미국와 영국군에 비해 강점이 많았다. 일본군은 12월 8일 구룡반도 공격, 12월 20일 홍콩 점령, 12월 10일과 23일 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 괌과 WakeIsland를 점령했다. 1942년 1월 31일 말레이시아를 공격하고, 2월 15일 싱가포르를 점령했으며, 4월 9일 필리핀을 탈취하고, 같은 달 말에 버마를 함락했다. 불과 4개월만에 일본군은 작은 손실을 대가로 적어도 대동아공영권을 완성하는 지역을 점령했다. 일본은 미국에 대한 방어작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연합함대사령관 야마모토 고시로쿠는 미국의 공업잠재력이 발휘되면 해군력이 일본을 능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격이 수비인 셈이다. 그는 미국의 출격을 유도해 해군으로 결전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이 전략을 변경한 또 다른 원인은 James Doolittle중령이 지휘한 미국 태평양함대 항공모함 Hornet에서 발진한 중폭격기 16대가 4월 18일 일본의 동경, 고베, 나고야, 요코스카, 요코하마를 폭격한 것이었다. 이 폭격기는 임무를 완수한 후 연료 부족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중국의 절강성 구주(衢州) 비행장에 착륙했으며 조종사 일부는 일본군의 포로가 되었다. 1대는 소련에 착륙해 억류됐다. 일본은 공습이 제국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주만 참패 이후, 미국의 태평양함대는 일본함대와 정면충돌을 피했다.

야마모토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미국의 태평양 요소는 북태평양 Aleutian열도, 중태평양의 미드웨이섬, 남태평양 멜라네시아 동북부였다. 중앙항로에서는 미드웨이섬이 가장 관건이었다. 미드웨이를 점령하면 일본을 위협하는 미국의 태평양 해군기지를 제어할 수 있으며,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연계를 차단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미군기지는 일본의 안전을 위협했다. 알류샨열도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졌다. 야마모토는 먼저 남면항로를 장악한 후, 알류샨열도를 점령하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의 전략은 두 번의 결정적인 패배를 초래했다. 일본의 선제공격이 성동격서라고 알아차린 미국은 일본의 주력함대가 뉴기니 남부를 공격하고 미드웨이로 우회할 때 맞받아치기로 했다. 철저히 농락되던 미해군은 정신을 차린 후 전력을 다해 미드웨이에서 일본해군의 주력과 결전을 펼쳤다.

1942년 5월 3일, 남태평양 산호섬 부근에서 일본과 미국의 해전이 벌어졌다. 일본은 4척의 항공모함으로 Moresby항과 솔로몬군도를 엄호했다. 미국은 4월 29일 Fletcher소장이 이끄는 항공모함 렉싱턴과 요크타운호에게 산호도에서 일본군을 맞받아치라고 명령했다. 상대는 일본의 경항모함 쇼호와 최신예 항공모함으로 진주만 공격에 가담한 즈이가쿠호와 쇼가쿠호였다. 5월 7일 오후, 렉싱턴과 요크타운호에서 발진한 미국의 폭격기가 우연히 일본의 쇼호를 발견하고 침몰시켰다. 쇼호는 세계에서 첫 번째 항공모함이자, 해전사상 처음 침몰한 항공모함이 되었다. 5월 8일 오후, 쇼가쿠호와 즈이가쿠화에서 발진한 일본 폭격기가 렉싱턴호와 요크타운호를 발견했다. 동시에 이미 두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미국의 폭격기도 일본의 두 항공모함을 발견했다. 양측의 거리는 280Km였다. 양쪽의 폭격기가 상대의 항공모함을 향해 폭격을 퍼부었다.

전쟁사상 최초로 서로를 보지 못하는 거리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혼전은 오후까지 지속되다가 끝났다. 결과는 렉싱턴호가 침몰하고 요크타운호는 66기의 함재기를 잃었다. 일본은 쇼호가 침몰했고, 77기의 비행기를 잃었다. 미국 함대가 먼저 물러나자, 일본함대도 회항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미국의 손실이 더 컸지만, 전쟁 초기 일본이 진주만의 선박수리시설을 파괴하지 못했기 때문에 요크타운호는 48시간만에 복구돼 미드웨이해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어지는 미국의 병참선도 유지됐다. 일본 연함함대는 전력의 1/3을 잃고 미드웨이해전을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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