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문재인 정부에서 위기의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야당 대표가 삭발을 해서 위기가 오는 것도 아니고 일본국이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해서 위기가 오는 것도 아니다. 위기는 딴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시작됐다. 두 가지가 특별히 눈에 띈다. 하나는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원 집단해고 사태이고 또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기록관을 별도로 건립하는 문제이다.

행안부는 문재인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 기록관을 별도로 건립하고 문대통령 기록관은 부산에다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유가 타당하다면 별도의 기록관을 세울 수도 있다. 기록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처럼 별도의 기록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하지만 별도의 기록관, 그것도 재임 중에 건립하는 건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별도의 기록관 건립 방안은 계획부터 국민들과 소통함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

이처럼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되고 예산안까지 나왔다는 건 놀랍기만 하다. 판단 불감증이라고 해야 할까. 대통령이 자신도 모르게 일이 진행되었다면서 화를 크게 내고 건립 추진 작업을 중단시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더욱 더 문제다. 재임 중 자신에 대한 기록관이 건립되는 계획이 추진됐는데 대통령이 몰랐다면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톨게이트 수납원이 무려 1500명이나 해고됐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그것도 공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후보는 ‘비정규직 제로’를 내걸고 공기업부터 정규직화한다고 약속하고 당선된 뒤에는 국정과제 1호로 결정하기까지 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이강래씨가 사장으로 임명될 때만 해도 노동자들은 공약대로 이행되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짙은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도로공사는 1,2심 판결을 존중할 생각은 하지 않고 6700명 수납원 노동자들에게 자회사라는 걸 만들어 놓고 그곳으로 옮기라고 강요했다. 자회사 수용을 회유하고 협박했지만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항의한 노동자가 1500명이다. 전원 해고했다. 군사독재 시절의 방식 아닌가? 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을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고용불안은 여전하고 노동 조건은 열악하다. 눈 가리고 아웅 하기다.

도로공사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비정규직 위치에 있었다. 원래는 직접 고용되었는데 이명박 정부 때 외주용역 업체에게 넘겨지면서 비정규직로 전환됐다. 고용불안과 최저시급에 시달려온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은 문대통령의 ‘공기업부터 정규직화’ 공약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아마 6700명 수납 노동자들 대다수는 공약만 보고 반가운 나머지 문재인 후보를 팍팍 밀었을 것이다. 지금 수납원 노동자들은 얼마나 큰 배심감이 들까?

대법원에서 정규직으로 복직판결을 내렸음에도 도로공사가 소송한 사람 가운데 승소한 사람들만 직고용하고 1,2심 소송 중에 있는 1000여명은 끝까지 법적 다툼을 하겠다고 한다. 법의 정신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동이다. 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취지를 망각하고 직접 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반노동적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이다.

한국도로공사는 대한민국에 있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인데 약속이 안 지켜질 뿐만 아니라 온갖 탈법에 대규모 해고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대법원 판결조차 가볍게 무시하는 공기업의 행태, 경찰과 구사대까지 동원한 잔인한 탄압, 이게 바로 문재인 정권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말했지만 집권 반환점을 맞는 문재인 정부는 근본부터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화, 대법원 판결 준수는 지금 바로 이행돼야 할 긴급한 문제다. 이 문제를 더 미루면 미룰수록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고 위기는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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