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국 종교당국이 폐쇄조치한 베이징 최대 지하교회인 시안(錫安·시온)교회 출입구에 차압딱지가 붙어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지난해 9월 중국 종교당국이 폐쇄조치한 베이징 최대 지하교회인 시안(錫安·시온)교회 출입구에 차압딱지가 붙어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中 정부, 성서 번역 개입” 주장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의 중국화’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개신교의 중국화 바람이 심상치 않다. 최근엔 중국 허난 지역 일부 교회가 정부의 압박에 ‘십계명’을 시진핑 주석의 연설로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십계명은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직접 주신 열가지 계명을 말한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17일(현지시간) 비터윈터 매거진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지시로 최근 루오양 시의 모든 삼자교회에서 십계명이 없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십계명을 시진핑이 지난 2015년 통일선전부에서 했던 연설로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진핑은 연설에서 “핵심적인 사회주의 가치들과 중국 문화가 중국의 다양한 종교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종교 단체들이 시대적 발전에 필요한 방식으로 종교적 사고, 교리, 가르침을 해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타락한 서구 이데올로기를 단호히 막고, 극단주의적인 사고의 영향력에 의식적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십계명을 시 주석 연설로 대체하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은 공산당에 반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며 “일부 삼자교회는 교회의 문을 닫고 있고 교인들은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이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현지 목회자는 “중국 공산당이 기독교를 약화시킴으로써 삼자교회를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성도는 “(중국 내)기독교인들에게는 자유가 전혀 없다”며 “중국은 일당 독재국가이다. 사람들에게는 공산당에 대한 복종만 허용되고, 공산당에 의해 통제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성서 번역’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 현지에선 ‘성서 왜곡’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내 종교 탄압은 시진핑 체제 이후 더 가속화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는 시진핑 집권 이후 ‘종교의 중국화’ 정책이 강조되면서 이슬람교와 기독교 등 외부 종교에 대한 탄압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7년 집권 2기 체제에서 주석 임기 폐지 등 권력을 강화한 후부터 사상 통제가 심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당국에 체포된 기독교인이 1만여명으로 전년도 3000여명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한 개신교인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종교를 통제하는 이유에 대해 “종교 세력이 커지면 절대 권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종교를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가장 무서워하고 경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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