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UEP 놓고 한.미 '안보리', 중.북 '6자회담'
美 스타인버그 방한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한반도 정세의 틀이 대화국면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남북대화'를 둘러싼 외교전이 점화되고 있다.

대화재개의 첫단추로 지목된 남북대화를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다루느냐가 6자회담 재개 흐름과 직결된다는 상황인식이 관련국들의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미.중이 정상회담을 통해 '선(先) 남북대화' 기조라는 총론에 합의하고 남북이 이에 화답하고 나섰지만 정작 대화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는 각론을 놓고는 '동상이몽'인 형국이다.

남북대화를 6자회담으로 가기위한 통과의례 쯤으로 보는 북.중과 이번 대화를 통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받으려는 한국, 그리고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미국간의 줄다리기가 외교전의 핵심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 UEP(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끌고가려는 한.미와 이를 거부하거나 6자회담에서 추후 다룰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북.중간의 입장차와도 맞물리며 점차 선명한 전선(戰線)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과 아시아 순방이 향후 정세흐름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주목된다.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들고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미국의 '밑그림 그리기'가 시작된다는 측면에서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방한은 일차적으로 정상회담 결과물인 선 남북대화를 통한 6자회담 여건조성에 주안점을 둘 것을 보인다. 우리 정부에 대해 남북대화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라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선 남북대화는 이미 한.미간에 확립된 대응기조이고 스타인버그 부장관에게 주어진 보다 핵심적인 미션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특히 북한 UEP에 대한 공동대응 모색이라는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미 오바마 행정부는 UEP를 직접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가급적 조기에 외교적 해법을 도출해내는 것을 당면목표로 잡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북.미대화와 6자회담을 통한 논의도 상정하고 있으나 일차적으로는 유엔 안보리 회부를 추진한 뒤 6자회담을 재개하는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있다
안보리 차원의 성격규정 없이 6자회담으로 직행할 경우 북한의 협상전술에 따라 UEP의 성격규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상황인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대응기조와도 일치한다. 이에 따라 한.미간에 유엔 안보리 대응에 관한 공동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추진중인 '비핵화 남북대화'를 놓고 한.미가 주파수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번 대화를 단순히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받는 성격이 아니라 '행동'을 확인받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검토해온 6자회담의 전제조건들을 남북대화를 통해 전달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6자회담 재개의 사전정지 차원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존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중국은 조만간 미.중 정상회담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북한을 상대로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 추진방향에 대해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게 다양한 남북대화를 통한 여건조성에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일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비핵화 고위급 대화'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한.미가 추진하는 UEP 안보리 대응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긋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이 의장을 맡고 있는 6자회담 공간에서 UEP를 논의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으로서도 6자회담이 안보리보다는 훨씬 여유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조만간 양국간 고위급 인사들이 교차방문하는 형태로 공동대응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의 대화 움직임은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방한과 북.중간 협의의 추이에 따라 금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변화의 가장 중요한 키는 '비핵화 고위급 대화'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다. 고위급 군사회담의 성사도 당국간 대화재개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지만 국제정치적 함의를 갖는 이벤트는 '핵'을 매개로 하는 남북대화라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올들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북측 아태위가 지난 10일 당국간 회담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한데 이어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20일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한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이번에는 외교실세인 강석주 외교담당 부총리가 나서서 비핵화 대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대화의 의제와 형식을 둘러싸고 남북간에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러시아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방한도 주목할만한 변수다.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6자회담 대표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다녀간 뒤인 28일 방한해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예정이다.

이는 6자회담 재개 흐름속에 한반도 안보문제에 관한 영향력을 놓치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한.미.일 대 북.중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러시아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는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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