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팟 박상병의 이슈펀치… ‘삭발의 정치학’ 진단

“이언주, 여성의원·무소속으로서 대단한 결연 보여줘”

“한국당, 삭발에 앞서 청문회 결과에 대한 설명 했어야”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새로운 검찰 조사들 소식 주목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벌인 것에 대해 맹탕 청문회 이후 뒷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삭발 투쟁은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대단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17일 진행된 천지TV의 보이는 라디오 ‘박상병의 이슈펀치(36회)’에서는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자유한국당 황 대표는 조국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앞서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도 여성 의원으로서 삭발을 감행하며 조국 장관 사퇴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삭발의 정치학’을 진단했다.

◆“이언주, 진정성 느껴져… 황교안, 아니야”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삭발은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의지를 결연하게 보여주는 정치 행위로서 이언주 의원은 여성으로서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언주 의원은 무소속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삭발을 하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은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그는 “자유한국당은 맹탕 청문회를 하고서는 이제 와서 조국 장관 사퇴하라며 삭발을 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한국당은 삭발에 앞서서 청문회에 대한 승낙에 대해서 비난을 받으면 어떤 경위로 했다든지 이러한 설명을 국민들 앞에 했어야 했다”며 “어떤 일을 결정하면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하고 그 이후에 삭발을 뭐를 하든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평론가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삭발에 대해 “당 대표가 지금은 삭발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당 내에 남은 친박 세력에 대한 청산을 위한 삭발을 통해서 총선을 바라봐야 하는데, 중도세력에 아무런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에 “한국당은 비판 공세가 몰린 형국에서 황 대표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면 인사청문회 받아준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름대로 이를 막으려는 노력은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6

◆“삭발 투쟁 1호, 박찬종 전 의원”

삭발의 메시지 전달 효과로서는 박 평론가는 “유교적인 전통이 있는 우리 국민 정서에는 효경에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했듯이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다”며 “총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정치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도 “조선인들에게 머리 상투는 사상이자 이념이고 정체성이었다”며 “자신의 자아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그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국 정치사에서 삭발 투쟁 1호에 대해서 소개하며 “1987년 당시 신민당 소속이었던 박찬종 전 의원이 양김(김영삼, 김대중) 대선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하며 처음으로 삭발과 단식 투쟁에 나섰다”며 “당시 삭발 투쟁은 결국 실패했지만 강력한 메시지 효과로 이듬해인 1988년 박찬종 당시 후보는 무소속으로 서초갑에 출마해 당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90년대 선구자, 단일화-통합서명파 무소속 기호 6번’ 등의 박찬종 전 의원의 당시 선거포스터도 소개하면서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다. 군부독재정권을 종식하고 단일화로 힘을 모을 것을 요구하며 삭발과 단식 투쟁으로써 민주화에 대한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금도 박찬종 의원 여러 방송에 출연하는데 1987년 당시 인상적으로 봤다”며 “90년대 대선 출마하면서 바바리코트를 입고 연설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아무 정치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지성인 한 사람이 명동에서 메가폰을 잡고 한국 정치에 대해서 미래를 제시하던 모습은 대중 정치의 선구자적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요즘도 보수 정당에 대해서 따끔하게 지적하신다”고 덧붙였다.

◆삭발 투쟁의 역사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또 삭발 투쟁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19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한 김성곤 당시 국민회의 의원,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설훈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2007년 김충환·신상진·이군현 의원 등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3인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을 했고, 2010년에는 세종시 수정안 결사저지를 위해 충청권을 지역구인 자유선진당 소속 류근찬·이상민·김낙성·임영호·김창수 의원과 당시 민주당 소속인 현 양승조 충남지사가 삭발투쟁을 했었고, 20대 국회 첫 삭발은 박대출 한국당 의원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반대하면 삭발을 했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당시 이군현 의원의 교육정책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사학법 재개정 관련 삭발 투쟁에 찬성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충청도 의원은 ‘김 없이 뜨겁다’는 말이 있다”며 “세종시 수정안 결사저지 삭발 투쟁은 박근혜 전 당시 대표가 이를 호기로 잡았고, 충청권이 박근혜 전 당시 대표를 지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또 “2013년 18대 국회 당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김선동·김재연·오병윤·김미희·이상규 의원 5명이 박근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반대하는 삭발 투쟁에 나섰다”며 “당시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를 주도했던 박근혜 정부 법무장관이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 대표”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9.17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두 가지 새 정보

박 평론가는 조국 장관의 가족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보도와 관련해 “지난 9일 조국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PC 하드디스크를 숨겼다가 검찰에 제출한 증권사 직원 김씨에게 정 교수가 ‘네가 어떻게 나를 배신하느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조 장관은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때 김씨와 마주치면서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의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 조사에서 증거인멸 과정이 드러났다. 조 장관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검찰이 증거를 확보했다. 배신했다는 표현은 결탁을 했다는 말이다.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배신은 정 교수 등이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또 “조국 딸은 한영외고 재학 중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 활동을 했고 이후 대학병리학회지에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며 “지난 6일 대한병리학회는 조국 장관 딸의 단국대 논문을 저자의 역할이 불분명해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취소를 했고, 만약 이 논문으로 고대에 입학했다면 입학 무효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최근 KBS 보도에서 “조 장관의 딸의 입시서류 증빙자료가 보존기한 만료로 폐기됐지만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서 목록을 확보했다”며 “조 장관의 딸이 지원한 전형의 서류평가에서는 어학성적이 40%, 학생부 등 기타 활동이 60%였다. 고등학생으로서 이례적으로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은 높이 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천지팟 박상병의 이슈펀치 ⓒ천지일보 2019.9.17
천지팟 박상병의 이슈펀치 ⓒ천지일보 2019.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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